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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북아일랜드 협약 파기로 EU와 충돌…서방국가 단결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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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있는 스토몬트 자치의회 의사당의 전경. 벨파스트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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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13일(현지시간) 북아일랜드 협약 일부를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법안을 내놓으면서 유럽연합(EU)과의 충돌 위기를 고조시켰다. EU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관련 협약을 재협상할 여지는 없다며 법적 대응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서방 국가들의 단결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영국 정부는 이날 북아일랜드 협약을 일부 변경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새 법안은 영국 본토 섬에서 북아일랜드로 상품이 넘어갈 때 통관·검역을 건너뛸 수 있게 하고, 분쟁조정을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아닌 독립 기관에 맡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협약으로 발생한 관세 절차와 규제를 완화하고, 북아일랜드의 정치적인 혼란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이는 교역을 개선하고 관료주의로 복잡해진 절차를 단순화하기 위한 비교적 사소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북아일랜드가 처한 문제에 대한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해법”이라며 “이 법안은 벨파스트 협정을 지키고 북아일랜드 정치 안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앞서 브렉시트 발효를 앞두고 영국령 북아일랜드를 EU의 단일 시장에 남기는 내용의 북아일랜드 협약을 맺었다. 브렉시트로 북아일랜드와 EU 소속 아일랜드공화국 간에 엄격한 국경 통제가 이뤄지면 양측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1998년 벨파스트 협정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정치적 혼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앞서 북아일랜드에선 친영국 성향의 연방주의자들과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이 극심한 분쟁을 벌였으며 벨파스트 협정으로 가까스로 진정된 바 있다.

하지만 북아일랜드 협약은 오히려 연방주의자들과 아일랜드 민족주의자 간의 갈등을 점화시켰다.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건너오는 상품들이 통관과 검역을 거치게 된 것이다. 연방주의자들은 본토와 새로운 장벽이 생겼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연방주의자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은 아일랜드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이 제1당이 되자 “북아일랜드 협약이 전면 재검토되지 않으면 연정을 안하겠다”며 버텼다. 영국은 북아일랜드의 정치적 혼란을 명분으로 협약 폐기라는 강수를 뒀다.

가디언은 보리스 존슨 영국 정부가 북아일랜드 협약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데는 국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어겨 정치적인 위기에 몰린 존슨 총리가 보수당 우파들의 바람을 들어주는 차원에서 협정 개정에 속도를 붙였다는 것이다.

영국의 조치에 EU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반발했다. EU 측 브렉시트 협상 책임자인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부집행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EU는 영국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하지만 이런 관계는 상호간에 맺은 구속력 있는 약속에 대한 존중에 기반해야 한다”라며 “(북아일랜드 협약의) 재협상은 비현실적이며 EU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협약 위반과 관련해서 영국을 상대로 한 법적 절차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단결이 필요한 가운데 영국의 움직임은 다른 서방 국가들의 우려를 부르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EU가 단합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의 이번 조치는 “EU와 영국 사이에 맺은 모든 협정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백악관은 “미국의 우선 관심사는 벨파스트 협정의 혜택을 보호하고 북아일랜드 주민을 위해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영국과 EU 양측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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