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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푸틴, 개도국 굶겨죽여 식량난민 양산…유럽 망치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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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다음 단계로 아프리카 ·중동 등 개발도상국을 굶겨 죽여 유럽의 불안정을 야기하려 하고 있다."

역사학자인 예일대의 티머시 스나이더 교수는 "푸틴이 새로운 기아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런 진단을 내놨다. 스나이더 교수는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기아 계획과 이를 통한 푸틴의 3가지 목표를 분석하는 글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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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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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선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해상을 러시아가 계속 봉쇄하면 수천만t의 곡물이 저장고에서 썩어 아프리카 등에서 수천만 명이 굶주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 세계 밀 수출량의 약 25%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세계는 식량 부족과 가격 급등 사태에 직면했다. 특히 두 나라로부터 소비 밀의 40%를 수입해 온 아프리카는 전쟁 발발 이후 밀 가격이 45% 올랐고, 소비 밀의 80%를 들여온 이집트도 식품 가격이 25% 뛰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1월 이후 세계 식품 가격은 17%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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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머시 스나이더 예일대 교수.


스나이더 교수에 따르면 푸틴의 '기아 계획'엔 3가지 목표가 있다. 첫째, 수출 차단으로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서방과 가까운 우크라이나 파괴는 푸틴의 주요 전쟁 목표란 분석이다.

둘째, 우크라이나에 곡물 의존도가 높은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식량난으로 인한 난민을 발생시켜 유럽의 불안정을 야기한다. 올해 말까지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키프로스·몰타 등 지중해와 인접한 유럽 남부 5개국에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아프리카·중동의 '식량 난민' 15만 명이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이들 5개국엔 올해 이미 아프리카·중동 난민 3만6400명이 들어왔다. 지난 4일 5개국 내무장관들은 긴급 회의를 열고 유럽연합(EU)을 향해 난민 분산 수용 등 협력을 요청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기아 이주'가 발생할 가능성에 직면했다"며 "식량 불안 완화가 유럽 국가들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셋째, 세계 기아 문제를 우크라이나에 맞선 정치적 선전 배경으로 활용한다. 스나이더 교수는 "식량난으로 폭동이 일어나고, 기아가 확산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비난하는 선전을 할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의 영토 획득을 인정하고, (서방을 향해) 모든 제재를 풀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실제 (굶주림으로 인한) 대규모 죽음은 (러시아에게) 이런 정치 선전의 배경으로 필요할 것"이라며 "이는 가장 끔찍한 목표"라고도 했다.

최근 세계식량계획(WFP)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극심한 식량 불안정에 처한 인구가 4700만 명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에티오피아·소말리아·르완다 등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에서만 올해 약 2000만 명이 굶주림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소말리아 영양실조 치료센터에선 올해 최소 448명이 사망하는 등 기아가 현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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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러나 러시아는 세계 식량 위기의 책임을 우크라이나군이 흑해에 설치한 기뢰와 서방 제재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면서 기뢰 제거와 서방의 제재 해제를 흑해 봉쇄 해제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앞서 아프리카연합의 의장인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지난 3일 푸틴과의 회담 후 서방을 향해 식량 위기 해결을 위해 대러시아 제재 해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스나이더 교수는 "푸틴의 계획은 새로운 차원의 식민주의이며 '기아 정치'의 최신 단계"라고 평했다. 과거 이오시프 스탈린과 아돌프 히틀러가 식량을 무기화한 적이 있지만,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넘어 아프리카와 중동의 사람들을 굶주리게 한다는 점에서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세닉 외무차관은 러시아에 막힌 해상 수출길의 대안으로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수송 통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다만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와 철로 궤도 넓이가 다르고, 루마니아 경로는 철도 경유 후 항구를 이용하는 복잡한 경로여서 시간 지연이 문제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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