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부에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전차종·전품목 확대 및 유가대책 등 2차 교섭을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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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화물노동자의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안전운임제’의 일몰 폐지와 전차종·전품목 확대 적용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지 일주일째에 접어들었다. 안전운임제 문제를 풀려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입장도 중요하지만 입법 사항인 만큼 국회 의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파업 장기화로 물류 영향이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이번 파업의 직접적 계기가 된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도입을 4년 전 주장했지만 정작 여당이 된 뒤에는 ‘나몰라라’ 하는 형국이다.
13일 화물연대와 국토부에 따르면, 양쪽은 전날 8시간 넘게 4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화물연대는 국민의힘과 화주단체까지 포함해 ‘물류산업 정상화를 위한 공동성명서’ 발표를 조율해왔으나 국민의힘이 막판에 반대해 교섭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안전운임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품목 확대를 적극 논의한다’는 성명서 내용에 합의했다가 국민의힘이 입장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화물연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관계기관과 협의 과정에 일부 이견이 있어 대화가 중단됐다”고 했다. 국토부는 화물연대와 계속 대화하겠다고 했으나 5차 교섭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안전운임제 일몰을 없애려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부칙에 규정된 유효기간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월 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파업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중단을 요구하면서도 안전운임제 자체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거나 논의를 주도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여당이 다룰 문제가 아니라며 선긋기를 하는 모양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저희 얘기가 왜 계속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일몰법이라 입법 사안이기는 하지만 국토부가 기본이 돼서 협상하는 것이지, 정당이 개입할 차원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일몰제 시한을 연장해 조금 더 성과를 측정하는 부분에는 크게 이견이 없지만, 영속화할지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이야기만 내놓았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협상 당사자는 화물연대와 화주고 정부가 중재를 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상황 파악 정도는 할 수 있으나, 우리가 반대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운임제는 입법사항이니까 (국회로) 넘어왔을 땐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오히려 원내 1당인 민주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도 엿보인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토부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국회 보고만 기다리고 있다. 국회 원 구성이 늦어진 이후로 보고가 지체되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자신들이 마무리 짓지 못한 문제를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지연시키면서도 국민의힘과 새 정부를 탓하고 있다”고 했다.
화물연대와 정부의 4차 교섭이 결렬되며 총파업이 7일째로 접어든 13일 경기도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공장을 찾은 업계 물류차량들을 향해 파업동참을 호소하며 행진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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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시행을 추진할 때 화주·운송업계·화물차주 등과 수 십차례 협의를 거쳐 합의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국회 심의 과정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시장경제 체제 원리에 어긋난다’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화주에게 과도한 불이익을 준다’ 같은 논리로 안전운임제를 반대했다.
이견이 크자 일몰로 도입하자고 제안한 것도 한국당 쪽이었다. 2018년 3월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이헌승 당시 한국당 의원은 “화물운수업계에서도 조속한 법 통과를 원하고 있고 화물운수 시장의 표준화·선진화를 위해 많은 고심을 했다”며 “시행기간을 설정하는 일몰제를 도입하면 어떤가 싶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컨테이너와 시멘트 2개 품목에 대해 안전운임제를 3년 정도 시행해보고 일몰 1년 전에 국토부 장관이 시행 결과를 분석해서 연장 필요성이라든지 제도 보완사항 등을 국회에 보고하자”며 “그러고 나서 추후에 법안을 더 완벽하게 하는 게 어떠냐는 안을 국토부에 제안드린다”고 했다. 이를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이 수용하면서 안전운임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일몰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도 국토부는 상세한 시행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지 않고, 국토위도 추가 논의를 하지 않으면서 이번 파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자동차·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업종에서 1조6000억원 상당의 생산·출하·수출 차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극심한 생산제품의 출하 차질로 적재공간 한계에 다다른 업체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번주부터는 생산차질 피해가 본격화돼 피해 규모도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은 대통령 의중과 눈치만 살피는 국토부, 여당으로서의 책임을 망각한 채 자본의 이해와 입장만 대변하는 국민의힘에 있다”고 했다.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지연되는 가운데, 화물연대는 민주당에 안전운임제 논의를 위한 원포인트 원 구성과 원 구성 직후 1호 법안으로 개정 처리할 것을 요청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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