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선재 운반 설비가 가동을 중단한 채 멈춰 서 있다. 포스코는 화물연대 총파업 여파로 이날부터 선재공장과 냉연공장 가동을 일부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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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산하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총파업)로 발생한 국내 산업계 피해 규모가 정부 추산으로 1조6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파업이 지속된 지난 7~12일 6일간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총 1조5868억원 규모 생산·출하·수출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철강 업계는 육상 운송이 멈춰서면서 총 45만t의 제품 출하에 차질을 빚었다. 철강제품 평균 단가가 t당 155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6975억원으로 추정된다. 석유화학 업계에선 석유화학 단지를 중심으로 제품 반출이 제한되면서 5000억원 상당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
자동차 업계는 부품 반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5400대의 생산이 막혀 총 2571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시멘트 업계는 평시보다 출하가 90% 이상 급감하면서 총 81만t의 시멘트 공급이 중단됐다. 시멘트 제품의 평균 단가는 t당 9만2000원으로, 피해 규모는 약 752억원으로 파악됐다.
산업부는 실제 국내 산업계에 미친 피해 규모는 1조6000억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세계 공급망 위기,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화물연대 관련 물류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국민 경제와 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2주 차에 접어들면서 사전에 재고물량을 확보하거나 미리 상품을 출하해 파업에 대비했던 대기업들마저 공장을 멈추거나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입을 모은 이번주마저 파업이 계속되면 전체 산업에 걸쳐 도미노식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울산 석유화학단지에서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염화비닐(PVC)과 폴리에틸렌(PE)을 생산하는 한화솔루션은 현재 출하량을 평소의 50%까지 줄인 상태다. PVC는 지난 1분기 국내 생산량이 31만3660t에 달한다. 태양광 셀·모듈을 만드는 한화큐셀의 진천·음성공장 주차장에도 수출품이 수북이 쌓여 있다. 한화큐셀은 부산항 인근에라도 제품을 갖다놓기 위해 화물연대 소속이 아닌 운송사를 찾고 있지만 화물연대 보복을 두려워하는 운송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냉연공장 1곳과 선재공장 4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하루 4500t의 냉연 제품과 7500t의 선재 제품이 화물연대 파업이 끝날 때까지 생산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지난주부터 포스코는 포항·광양제철소에서 하루 3만5000t의 육송 물량을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 냉연 소재는 냉장고·세탁기부터 건축용품, 주방용품, 욕조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용된다.
LX그룹 물류회사인 LX판토스의 작년 매출은 약 7조8000억원인데, 이 중 60% 이상이 LG전자와 LG화학 등 LG그룹 계열 제품을 국내외로 운송하는 데서 발생한다. 판토스는 육상 운송을 통한 국제 물류를 하는 기업이라 화물연대 파업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LG 계열 제품 수출입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LS일렉트릭(옛 LS산전) 청주공장도 히터 부품 등 각종 수입 원·부자재와 해외 조달 부품을 구하지 못하게 될까봐 전전긍긍이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에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수산단에는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업체까지 총 133개 석유화학 업체가 입주해 있다. 여수산단 곳곳에서 제품이 출고되지 못한 채 야적장에 쌓여 있는 모습이 포착되는데 석유화학 제품 특성상 고체 뿐 아니라 액체·기체 형태도 상당해 보관·저장이 쉽지 않다.
여수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여수산단 생산 실적은 75조4320억원으로, 하루치만 해도 2000억원이 넘는다. 석유화학용 대형 설비는 가동을 멈추고 다시 켜는 데에만 각각 2주 이상이 걸려 중단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여수산단 석유화학 업체들이 한 달간 가동을 멈춘다고 가정할 경우 생산 차질 금액만 6조원이 넘는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역시 계속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8일 화물연대가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에서 부품을 나르고 있는 조합원 차량 출입을 막은 후 현대차는 하루 1000~2000대의 생산 차질을 빚어왔다. 울산공장 가동률은 지난주 평소의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울산공장이 하루 5000~6000대의 차량 생산이 가능한 만큼 지난 8일 이후 약 5000대의 차를 만들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자동차 업계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내에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13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이유섭 기자 / 이윤재 기자 / 이축복 기자 /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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