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에 투숙했다가 실수로 불을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5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경찰과 검찰, 1심 법원이 남성을 실화범으로 지목했지만, 항소심에서 반전이 벌어졌습니다.
김혜민 기자입니다.
<기자>
제주의 한 펜션.
작은 불꽃이 나타났다 사라지더니 잠시 후 거센 화염이 차들을 덮칩니다.
[내려와, 내려와!]
이 불로 펜션 외벽과 차량 3대가 불에 탔습니다.
경찰은 화면 속 투숙객 A 씨가 담뱃불을 아래로 던져 불이 난 걸로 추정했습니다.
펜션 CCTV에 불나기 30분 전부터 A 씨 말고는 근처를 오간 사람이 안 보였던 점, 흡연자인 A 씨가 소방관에게 담배를 안 피운다고 거짓말했다는 목격자 증언이 판단 근거였습니다.
A 씨는 꽁초를 버린 적도, 소방관과 대화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거주지 근처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싶다고 하자 경찰은 억지 자백을 권유하는 듯한 말을 꺼내기도 했습니다.
[담당 경찰관 (수사 당시 A 씨와 통화 중) : (혐의를) 인정하시면 제가 편의를 봐 드리겠는데….]
경찰, 검찰, 1심 법원까지 A 씨의 실화를 사실로 인정했지만 2심에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CCTV에 A 씨가 담배 피우는 장면은 포착됐지만, 담뱃불이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이 없는 점.
화재 현장 근처에 많은 꽁초가 발견됐는데 다른 투숙객 조사가 없었고, 다른 사람이 담배를 피웠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겁니다.
흡연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증언도 실체가 없었습니다.
[A 씨 : 처음 수사할 때부터 저를 범인으로 몰아 놓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고요.]
A 씨는 5년 만에 혐의를 벗었지만,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습니다.
김혜민 기자(kh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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