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노동자들이 지난 7일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등 기름값 급등에 따른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총파업 출정식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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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총파업 나흘째인 10일 국토교통부와 교섭을 벌였으나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 현안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며 파업을 지속하기로 했다. 다만 양측은 11일 국토부가 구체안을 마련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날 화물연대 총파업을 두고 ‘집단운송거부’라고 표현한 데 대해 노동계는 “노동권을 부정하는 발언”이라며 비판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부와 2차 교섭을 진행했다. 지난 7일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후 양측이 대면한 것은 처음이다. 국토부는 총파업 개시 이후 연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실제 대화 테이블을 만들지 않았고,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긴급간담회에도 불참했다. 앞서 1차 교섭은 지난 2일 있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교섭 자리에는 나가지 않고, 용산공원 시범개방 행사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12월 기한이 끝나는 안전운임제는 국회에서 결론이 나야 조정될 수 있다”며 “국토부는 운임을 결정하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교섭 당사자는 아니다”고 했다. 국토부의 안전운임제 성과 연구 용역 결과 보고서 국회 제출 등이 늦어진 데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책임을 외부로 돌린 것이다.
1시간 정도 진행된 교섭 자리에서는 화물연대의 요구안을 국토부에 전달하는 수준에서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토부는 내부 논의를 거쳐 구체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 구체안을 토대로 11일 3차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날 ‘노동동향 점검 주요 기관장 회의’를 열고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면서 집단운송거부를 지속해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노사갈등은 노사자율 해결 원칙을 토대로 대화·타협을 통해 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는 기조를 확립하겠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국토부가 이번 총파업을 ‘집단운송거부’라고 규정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화물연대 조합원인 화물차주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아니지만 노동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된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총파업을 ‘집단운송거부’라고 표현하는 데에는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고 파업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담겼다.
노동계는 한국이 추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기본협약)이 지난 4월 발효됨에 따라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발언으로, 앞으로 이정식 장관은 어디 가서든 노동계, 노동운동 출신이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이 장관은 이번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ILO 총회에 화상연설로 참석하기로 예정됐던 일정을 바꿔 현장 참석차 스위스 제네바로 출장 다녀오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노동계 분쟁에서 중심 역할을 해야 할 부처 장관의 부재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총파업 상황에서도 ILO 총회에 참석하러 간 노동부 장관이 정작 ILO 핵심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발언을 했다. 그럴거면 ILO 총회에 왜 갔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화물노동자들은 전국 주요 항만·산업단지·사업장 등 16개 본부별 50여개 거점에서 2만5000여명이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총파업 첫날인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모두 40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국토부는 이날 “부산항, 울산항 등 일부 항만에서 평상시보다 반출입량이 감소했으며 자동차, 철강, 시멘트 등 품목에서 출하량이 감소하는 등의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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