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도 '가다 서기' 반복…주요 물류거점에 경찰력 배치
원희룡 국토장관 "화물연대와 큰 갈등·이견 없어…대화로 풀겠다"
화물연대 파업 |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사흘째인 9일 전국 곳곳에서 운송 차질과 함께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시멘트 출하 중단 여파로 시멘트를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레미콘 공장이 멈춰 섰고, 각종 원자재 공급 차질로 인해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도 현실화되고 있다.
전날 오후에 충남 서산 대산공단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운행 중인 화물차를 몸으로 막다 경찰에 체포됐고, 또 일부 지역에서는 조합원들이 화물차에 계란을 투척하며 운송을 방해하는 등 충돌도 빚어지고 있다.
◇ 사흘째 파업 계속…부산·인천항만 반출입량 감소
국토부에 따르면 화물연대 조합원 4천500여명은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곳곳에서 철야 대기하며 파업을 이어갔다.
국토부는 이들을 포함해 화물연대 조합원(2만2천명)의 약 33% 수준인 7천200여명이 이날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전국의 12개 항만은 모두 출입구 봉쇄 없이 정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컨테이너 기지와 공장 등의 출입구가 봉쇄된 곳도 없는 것으로 국토부는 파악하고 있다.
항만별 컨테이너 장치율(항만의 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은 70.2%로, 평시(65.8%)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부산항과 인천항 등 일부 항만의 반출입량은 감소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부산항 10개 터미널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5월 일평균 반출입량의 4분의 1 수준인 5천418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에 그쳤다.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은 화물 반출량이 평상시의 10∼20%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으며, 장치율이 90%를 넘어선 터미널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화물연대 조합원이 운행 중인 화물차에 계란을 투척하는 등 크고 작은 충돌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오후 6시 40분께 충남 서산 대산공단에서는 정상 운행하는 화물차를 몸으로 막던 조합원 6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 모인 화물연대 조합원 |
◇ 시멘트 수급 중단에 레미콘 공장 멈춰…현대차 울산공장도 이틀째 생산차질
시멘트와 자동차업계 등 산업현장의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국토부는 철강·시멘트 등 일부 품목의 정상 출하가 제한되고 있지만,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에 대비해 2∼3일치 물량을 사전에 운송 조치해 아직까지는 물류 피해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멘트 출하 중단 여파로 레미콘 수급까지 차질이 빚어지면서 삼표산업과 유진기업, 아주산업 등 공장 가동을 중단한 레미콘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삼표산업은 수도권 15곳, 지방 2곳 등 17개 레미콘 공장의 가동을 멈췄고 유진기업, 아주산업 등도 절반 이상의 공장에서 가동이 중단됐다.
충북 단양의 한 시멘트 공장에서는 이날 오전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일반 트럭을 통해 출하하려던 포장용 시멘트 물량까지 막아 출하가 중단됐다.
시멘트협회는 전날 시멘트 출하량이 1만3천660t(톤)에 그치면서 155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총파업으로 출하되지 못하고 재고로 쌓인 시멘트가 생산공장 약 36만t, 전국 유통기지 42만t 등 총 78만t에 달하면서 일주일 뒤면 피해 규모가 1천억원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동차업계도 생산 차질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전날 오후 2시부터 울산공장 납품 거부에 들어가면서 이틀째 생산라인이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화물연대 울산본부는 이날도 울산공장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며 부품 운송 거부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당분간 생산 차질이 계속될 전망이다.
기아[000270]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완성차를 적치장으로 옮기는 카캐리어마저 운송이 중단되자 번호판도 발급받지 않은 완성차를 공장 직원이 직접 운전해 적치장으로 옮기고 있다.
국토부는 파업 참여자들의 운송방해행위와 물리적 충돌 등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주요 물류거점에 경찰력을 배치하고 운행 차량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정당한 집회 등은 보장하겠지만, 정상 운행차량의 운송을 방해하는 등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과 협조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국토부 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수송대책본부를 구성해 비상수송대책을 차질없이 시행하고, 부산항과 인천항 등 주요 물류거점에 군 위탁 차량 등 관용 컨테이너 수송차량을 투입하며 피해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화물연대는 현재 안전운임제 폐지 철회 등을 주요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로, '일몰제'여서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과 관련해서 화물연대와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발언하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서울 강남구 현대오토에버[307950]에서 자율주행차 시승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늘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이 있다"면서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특히 "저희가 사실 내용상으로 큰 이견이 있거나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조정이 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결된 모습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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