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러시아산 석유 써온 동유럽, 금수 질질 끌 것…유럽단결 시험대에"
러시아의 육상 유전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유럽연합(EU)이 지난달 말 러시아산 석유 제재에 합의했으나 약속처럼 일사불란한 금수가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러시아가 EU에 수출한 석유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면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아거스미디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올 1월 하루 평균 75만 배럴이던 EU행 러시아산 석유는 우크라에서 교전이 한창이던 4월에는 85만7천배럴로 오히려 14% 증가했다.
EU가 지난 달 대(對)러 6차 제재의 일환으로 발표한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는 EU가 러시아에서 사들이는 원유 3분의 2의 이동통로인 해상 수입 원유와 석유제품에만 해당하는 것이다.
EU는 나머지 3분의 1의 공급 통로인 드루즈바 송유관은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 등의 반발에 따라 이번 제재에서 제외했다.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65%에 이르는 헝가리는 EU의 완전 금수 방안에 강력히 반대해왔다.
러시아어로 '우정'을 뜻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은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를 지나 폴란드, 독일,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등으로 이어지는 육상 수송로다.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고 값비싼 대체재로 눈을 돌린 다른 서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 석유를 공급받는 나라들은 값싼 원유를 낚아채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그나마 이들 지역에서 러시아산 석유 수입량 면에서 1, 2위를 달리는 독일과 폴란드가 올해 말까지 러시아 석유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터라 연말까지 이론적으로는 EU 전체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은 현재의 90%까지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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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각각 92%, 65%인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나머지 다른 나라들이 러시아산 석유를 끊을지는 확실치 않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관측했다.
대부분의 원유를 드루즈바 송유관을 거쳐 공급받는 이들 나라는 다른 지역의 원유로 수입을 대체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관련 절차도 까다로울 것이라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실제로도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산 석유를 공급받는 국가 중 독일만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줄였을 뿐, 나머지 국가들은 공언과 달리 러시아산 석유 수입량을 늘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꼬집었다.
이들 지역의 정유사들로서는 러시아 우랄산 원유가 북해 브렌트유보다 상당히 저렴하게 거래되는 마당에 러시아산 원유를 마다할 경제적 이유가 없다.
아거스미디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 우랄산 석유를 공급받는 정유사들은 북해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최대 40달러까지 싸게 구입했다.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는 경제적 이점이 이처럼 워낙 크기에 이들 나라는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를 질질 끌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예상했다.
일례로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석유 수입을 궁극적으로 중단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도, 유예기간으로 2∼3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헝가리 대표 에너지기업 MOL은 앞서 크로아티아를 통과하는 송유관을 통해 공급받는 원유로 러시아산 석유를 대체할 수 있다고 발표했으나, 최근엔 이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구축하려면 4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EU 지도자들은 드루즈바 송유관에 대한 유예 조치가 재논의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이 송유관으로 유럽의 단합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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