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 정부 불신과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 맞물려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해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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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의 총파업(집단운송거부)이 이틀째인 8일 노조원 19명이 운송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고 전국 곳곳에서 물류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정부는 전국 12개 항만 모두 출입구 봉쇄 없이 정상 운영 중으로 아직은 물류 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물류대란이 우려된다.
화물연대의 파업 이유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연장 확대가 핵심이다. 안전운임제는 국회가 2018년 화물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
안전운임은 매년 국토교통부 화물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안전운송원가에 인건비, 유류비, 부품비 등 적정 이윤을 더해 결정한다. 화물차 운전자들에게는 안전운임이 일종의 최저임금인 셈이다. 당시 시장 혼란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안전운임제는 규격화가 가능한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만 도입됐다.
정부도 안전운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화물연대와 화주, 정부가 논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으로 화물연대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은 8일 기자들과 만나 "경유 가격이 많이 오르면 운송료도 오르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대형화주들은 운송료를 많이 올려줘도 다른 화주는 못 따라가는 부분이 있어 갈등구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측은 2일 이후 접촉이 중단됐다. 어 차관은 이날 "대화의 창은 열려 있다"면서 "화물연대와 언제든 대화준비가 돼 있다. 분위기가 되면 만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TF를 통해 주장하지 않고 왜 파업까지 갔을까. 속내를 들여다보면 화물연대는 정부를 불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달 25일 국토부가 연 ‘화물연대 총파업 대비 화주·운수사 단체 대책회의'에 대해 노사관계를 중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기업 편에 들었다고 보고 있다. 또 국토부가 말한 TF도 공식적으로 제안한 바 없으며 세부내용 역시 확정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2023년 안전운임 결정을 위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국토부의 늑장대응을 지적하고 있다. 반면 국토부는 지속해서 논의를 해왔다고 반박한다. 어 차관은 "화물연대와는 화물운임위원회를 통해 2주에 한 번꼴로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회에 올해 2월 안전운임 일몰제 성과평가 결과를 보고했고 늦어도 11월까지 논의를 하면 후속 조치를 차질이 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혹은 연장을 위해선 결국 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에서 결론이 나야 한다. 어 차관도 "화물연대와 안전운임 TF를 통해 논의하길 희망한다"며 "국회가 열리면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첫 파업인 만큼 민노총 입장에선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노총은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다음 달 2일 오후 3시 서울 도심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는 등 하투(夏鬪)를 본격화할 태세다. 여름철에는 임금 단체협상이 몰려 있어 노동계 투쟁이 많은데, 올여름에는 새 정부 초기인 데다 최근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까지 맞물리면서 강경 투쟁이 예상된다. 결국, 화물연대 총파업을 시작으로 올여름 이어질 노동계의 하투와 이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새 정부 5년간 노사정 관계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투데이/세종=곽도흔 기자 (sogood@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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