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8일 하이트진로 경기 이천공장 앞에서 파업 중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노조원 15명을 체포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전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편의점은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주류 발주 조정에 들어갔고 음식점은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파업이 길어질 경우 대형마트를 비롯해 이커머스로도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시름이 커지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들은 파업 가능성이 커진 지난 주말께부터 점포의 주류 발주량을 일부 제한하거나 정지하는 식으로 조정에 들어갔다. 주류공장에서 출고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파업 여파가 길어진다면 품귀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점포는 주류를 쌓아두고 있다. 소주는 물론 맥주, 수입맥주, 막걸리, 와인 등 전 주류를 비축하는 중이다.
음식점들 역시 주류 비축에 나섰다. 한 음식점 관계자는 "저녁 손님들이 많아 (주류 판매가) 걱정"이라면서 "부족해지면 인근 편의점에서 사와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상황은 상대적으로 낫다. 파업 차량이 대부분 컨테이너·레미콘 차량이어서 피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오비맥주는 운송업체가 화물연대에 소속돼 있어 피해가 발생했다.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사들은 미리 재고를 확보해 아직 공급엔 문제가 없지만 파업이 장기화 되면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용차(일당을 받아 운행하는 대체사업자) 차량 확보에 나선 상태다.
이커머스 역시 자체 물류망을 활용하거나 협약 등으로 이번 총파업 대상에서 벗어나 피해 규모는 추산되지 않고 있다. 일부 택배 등이 있긴 하지만 문제가 될 수준 정도는 아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번 파업으로 물가가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 때 해외에 도착해야 하는 수출산업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앞서 화물연대는 전국 16개 지역본부별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주요 항만과 물류터미널 등에서 봉쇄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전국 화물 노동자는 약 42만명으로, 화물연대 소속 약 2만5000명과 비조합원들이 이번 총파업에 참여했다.
화물연대는 지난 2018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과 함께 일몰제로 도입된 안전운임제 폐지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제도는 화물기사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사고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 탓에 지난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 후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지게차가 제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총파업 돌입 이틀째인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작은 충돌과 운송 차질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께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는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이 이천공장에서 나서는 화물 차량을 가로막고 구호를 외쳐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화물연대 조합원의 약 34%인 75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국토부는 현재 물류 피해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전국 12개 항만이 출입구 봉쇄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으며, 컨테이너 기지와 공장 등 출입구가 봉쇄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컨테이너 장치율은 69.0%로 평상시(65.8%)와 유사한 수준이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정당한 집회는 보장하면서도 정상 운행 차량에 대해 운송을 방해하는 행위 등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은 브리핑에서 "화물연대와 언제든지 대화하기 위한 준비가 돼 있다"며 "안전운임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논의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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