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중인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이천=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6일 오후 이미 파업이 진행 중인 경기도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 화물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화물자동차 안전 운임제 일몰 폐지 및 확대, 고유가에 따른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7일 0시부터 무기한·전면 총파업에 돌입한다. 2022.6.6 xanadu@yna.co.kr/2022-06-06 16:07:09/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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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가 7일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하이트진로가 울상을 짓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었던 하이트진로는 올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늘면서 반등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특히 올 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둘 것이란 금융 전문가들의 전망도 쏟아졌다. 장밋빛 앞날을 꿈꾸던 하이트진로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의 파업에 따른 참이슬, 진로 등 소주 제품 공급 문제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하반기 실적에 적잖은 충격을 줄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파업에 출구 막힌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출고량 38% '뚝'
하이트진로가 지난 1~6일까지 이천·청주공장 일평균 출고량을 조사한 결과, 평소 대비 38%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공장의 화물 운송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들이 투쟁 강도를 높였던 지난달 중순 이후 이천·청주공장의 일평균 출고량(59%)과 비교하더라도 보름 만에 21%나 더 떨어진 수치다.
두 공장은 하이트진로 전체 소주 생산량의 70%를 담당한다. 이를 감안하면 소주 출고량의 절반가량인 32%가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소주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음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급이 막히자 지난 2일에는 이천공장에서 소주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생산공장이 화물차주 파업으로 멈춰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루 뒤인 지난 3일에는 공장을 재가동했지만 화물차주들이 차로 공장 출구를 막아 제품을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는 오전 10시부터 이천·청주공장에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는 물론, 소속 노조원 등 각각 300명을 집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형 화물차량으로 각 공장의 정문을 막아 제품 출고를 저지하고 있다. 비노조원들의 운송을 방해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여파로 하이트진로는 이날 정오를 기해 청주공장에 제품 출고를 정지시킨 뒤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회사 측은 파업 상황에 따라 출고 재개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화물연대에 가입한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는 전체의 30%다. 나머지 화물차주 70%는 화물연대 비노조원으로, 수양물류와 이미 지난 2월 위·수탁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이처럼 소주 출고가 차질을 빚자 도매상들이 직접 나서 공급난 해소에 나섰다. 지난 4~5일 이틀간 이천공장에 1200여대의 주류도매상 차량이 다녀갔다. 공장에 쌓여 있는 참이슬, 진로 등 소주 제품을 직접 운송하기 위해 공장을 찾은 것이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하며 전면전을 선언한 만큼 이제는 도매상을 통한 공급로까지 막힐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수양물류 소속 차주뿐 아니라 노조원인 차주까지 가세해 이천공장, 청주공장 출구를 막고 있다"며 "그래서 그동안 직접 운송에 나섰던 도매상들에게 공장에 방문하지 말라고 공지한 상태다. 외부에서 차량이 진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역대 최고 실적' 기대감↑...파업 장기화시 걸림돌될 수도
하이트진로의 올해 연간 실적 전망은 장밋빛이다. 1945년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한 2158억원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3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전망치는 역대 최고 실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에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넘기면서 '2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올해까지 매출 2조원을 넘기면 4년 연속으로 '2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 된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1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하며 활짝 웃었다.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5837억원, 영업이익은 58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나란히 9.1%, 9.8% 증가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았다.
이번 파업이 이러한 밝은 실적 전망에 제동을 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류 성수기인 여름철을 앞두고 있는 점도 하이트진로에겐 적잖은 부담이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과 진로이즈백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 65% 이상을 기록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실적 상승을 주도한 것도 소주다. 같은 기간 소주 부문 매출액은 3541억원, 영업이익은 49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6%, 10.6%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소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60%를 넘는다.
문제는 더 있다. 이미 1분기 실적에 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된 만큼 파업 영향을 상쇄할 만한 큰 변수가 딱히 없다는 점이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지난 2월 참이슬 후레쉬와 함께 참이슬 오리지널, 진로 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이 각각 7.9% 인상됐다. 하이트진로가 소주 출고가를 올린 것은 약 3년 만의 일이다. 하이트진로가 소주 판매가격 인상 계획을 밝히자 시세 차익을 노린 도·소매업자들이 물량 경쟁을 벌이면서 오히려 소주 판매량이 평소보다 더 늘었다. 이러한 점이 1분기 실적에 호재로 작용했다.
다만 2분기 전망은 낙관적이다. 화물차주들이 파업을 벌인 시기와 겹치면서 실적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지난 3월 맥주 출고가를 인상한 것이 2분기 실적을 떠받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테라와 하이트 맥주 등의 출고가격은 평균 7.7% 올렸다. 품목은 병·캔·페트병류로, 하이트진로가 맥주 출고가를 인상한 건 지난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그러나 파업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실적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화물차주들의 공장 점거와 파업이 장기화되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제품 유통뿐 아니라 대체 인력 보강 등을 위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라다 기자 nld8120@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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