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산업통상자원부 해외자원개발 2차 혁신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2015년 7억2400만 달러에 달했던 민간 해외 석유개발 신규투자액은 2019년에는 한 푼도 없을 정도로 급감했다. 신규사업 수도 2011년 32건에 달했지만 2019년에는 3건에 불과하다. 산업부가 석유개발 투자 동향을 집계한 것은 2019년이 가장 최신이다. 업계에선 최근에도 투자 규모가 미미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해외 석유개발이 줄어든 이유는 우선 유가 하락 때문이다. 2014년 셰일가스 등장에 저유가가 장기간 지속하면서 석유개발 채산성이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 해외 자원개발 실패로 정부 지원이 줄어든 점도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업계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숫자로 드러난 것보다 더 심각하다. 국내 대표 A상사는 최근 해외 석유개발 조직과 인력을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다. B상사도 석유개발 본부 조직을 줄이고, 신규사업 투자를 전면 중단했다. 정유업체인 C사는 해외 석유개발 전담조직을 해체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석유 같은 화석연료가 ‘더티 에너지(Dirty energy)’로 취급받는 데다 금융권 지원도 끊기자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사업에 나서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문제는 저유가 시대가 최근 끝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정학적 분쟁과 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유가는 물론 가스와 석탄 같은 다른 화석연료 가격까지 치솟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지금과 같은 고유가 상황에 특히 치명적이다. 화석연료 가격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1월에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최대 무역적자(-47억4100만 달러)를 냈다.
전문가는 유가 불확실성 계속해서 커질 가능성이 큰 만큼 석유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유가와 상관없이 한국 같이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지속해서 자체 생산량을 확보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유가가 오를 요인이 더 많이 남았기 때문에 민간 기업의 참여를 끌어내기 유리하다”고 했다.
다만 민간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줄어든 해외 자원개발 지원책을 다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 석유개발의 경우 자원 개발 후 성과를 보기까지 7~10년의 긴 시간이 걸린다. 특히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기업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확실한 유인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금을 정부가 민간에 빌려주고, 실패하면 빚 부담을 감면하는 성공불융자는 자원개발 확대를 위한 필수 지원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자원개발 후유증에 지원금액이 2010년 3093억원에서 2019년 367억원으로 급감했다. 과거 적극적으로 주어지던 금융과 세제 혜택도 현재 전무하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선 자원 개발을 공기업 주도로 했는데, 정치권 등에 휘둘리다 보니 경제성 없는 사업까지 투자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윤석열 정부는 경제적인 판단이 빠른 민간 역할을 더 키워, 이들이 적극 나서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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