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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공공요금發 물가 충격이 가장 컸다…3분기 최대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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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족을 자처하는 최모(42)씨는 요즘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더 꼼꼼히 챙겨보고 있다. 부쩍 오른 물가 때문이다. 최씨는 “관리비가 지난해보다 몇만원 더 나왔길래 전기나 수도를 많이 썼나 했더니 아니었다. 수도 사용량은 비슷하고 전기 사용량은 오히려 줄었다”며 “세대 요금은 물론 공동 전기료, 각종 운영비 등 안 오른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슬슬 더워지면서 에어컨을 켜야 할 때가 다가오는데 전기요금이 얼마나 많이 나올까 벌써 걱정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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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의 한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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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발(發) 물가 충격이 현실이 됐다. 대통령선거 이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공공요금 인상이 본격화하면서다. 이전 정부에서 공공요금 인상을 미뤄뒀던 탓에 충격이 더 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품목 성질별로 소비자물가지수를 따졌을 때 전기ㆍ가스ㆍ수도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9.6%로 가장 높았다. 서비스(3.5%), 농축수산물(4.2%), 공업제품(8.3%)을 제치고 공공요금이 제일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영향을 많이 받는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 상승률이 지난달 11%에 달하면서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년 만에 최고치인 5.4%로 치솟는 데는 그만큼 공공요금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민생 경제 어려움을 내세워 공공요금 동결 정책을 꾸준히 펴왔다. 대선을 앞두고 공공요금을 올렸다가는 여론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도 있었다.

대선 직후 공공요금 인상 ‘고삐’가 풀리기 시작했고, 관련 물가지수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해와 사뭇 다른 공공요금 움직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KOSIS 통계를 보면 전기ㆍ가스ㆍ수도 물가 등락률은 지난해 5월 -4.8%에서 지난달 10% 수준으로 튀어 올랐다. 같은 기간 서비스는 1.8→3.5%, 농축수산물은 11.3→4.2%, 공업제품은 2.6→8.3%로 움직인 것과 비교해 진폭이 매우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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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문제는 공공요금 인상이 아직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올 초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동안에도 공공요금을 억지로 눌러놨던 탓에 한국전력공사 등 관련 공공기관의 적자가 크게 늘었다. 한전은 올 1분기에만 7조8000억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봤다. 전기요금을 더는 억누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스요금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공공요금은 세금처럼 의무 지출 성격이 커 금리 인상 ‘약발’이 먹히지 않는 분야다. 폭염으로 냉방기 등 전력 소비가 급증하고 요금까지 올라갈 올 3분기(7~9월)가 최대 고비로 꼽힌다. 이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 선을 뚫으며 가계 어려움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은 다른 선진국과 달리 민간보다 공공 부문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심해진 공공 부문 비대화와 방만 경영의 부작용이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공공 부문 비용 상승은 수요가 아닌 공급 요인이 강하다”며 “비용 혁신, 가격 절감 등 공공기관 공급 분야의 구조조정이 없다면 앞으로 장기화할 물가 문제 해결에 있어 공공 부문이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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