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유산 전문가인 노승대 씨가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살펴보고 있다. 그는 "한국 사찰은 동서양의 긴 역사가 혼합된 문화의 보고"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 불광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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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은 하나의 신전이자 설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사찰에는 부처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천왕, 문수동자 등 사찰 구석구석에는 초월적인 능력과 기괴한 외모를 지닌 존재들이 조각이나 그림으로 남아 있다. 큰 사찰인 경우 그 수가 100가지가 넘는다. 이처럼 사찰에 담긴 세계관은 그리스 신화나 북유럽 신화 이상으로 거대하다.
최근 출간된 '사찰 속 숨은 조연들'(불광출판사)은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인 노승대 씨(72)는 1975년 출가해 승려가 됐다. 하지만 10년 만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고생하다 결국 승려의 길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 수행하는 마음으로 불교 문화유산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전문가가 됐다.
"우리나라 지정문화재의 80% 정도가 불교문화재입니다. 불교를 모르면 우리 문화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죠. 불교는 외국에서 들어왔지만 1600년 동안 우리 민족에게 체화되고 뿌리를 내렸습니다. 종교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문화적으로 접근하면 불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불교는 낯설지 않습니다."
노씨는 '불교문화는 종교 유무를 넘어 우리 모두의 소중한 문화자산'이라면서 한 가지 사례를 들었다.
"책을 쓰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를 느낀 부분은 명부(冥府)의 재판관은 왜 10명인가 하는 부분이었어요.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49일 동안 7번 재판을 받아서 다음 생을 받게 된다고 하거든요. 일주일에 1명씩 재판관이 7명이면 되는데 왜 10명을 채워서 '시왕'이라고 부르는지 궁금했어요. 알고 보니 유교 신앙과, 중국 민간신앙, 도교의 신까지 합세해서 10명이 된 것이었어요."
금강역사상. [사진 출처 = 문화재청] |
노씨는 40년이라는 시간을 불교문화 답사에 쏟아부었다. 그는 "불교문화유산에 대한 궁금증을 찾아보고 공부한 것을 인생의 황혼기에 이르러 한 번 정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사찰의 조연들 중 그가 가장 애정을 갖는 존재는 금강역사(金剛力士) 상이다.
"금강역사가 가장 애정이 갑니다. 벼락을 상징하는 금강저를 가진 상인데 헤라클레스가 모델이라고도 해요. 애초에는 부처님의 비밀경호원으로 출발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부처님이 태어났을 때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전 생애를 경호한 것으로 역할이 커집니다. 사찰에 가보면 부처님이 돌아가시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우는 모습으로 조각된 것도 있어요. 심지어는 금강저까지 내던지고 통곡하는 조각도 있어요. 지금도 불사가 있을 때 벽화, 조각으로 꾸준히 조성되는 인기 있는 캐릭터예요. 석굴암에도 멋진 금강역사가 있지요."
노씨가 사찰의 조연들을 만나기 위해 꼭 가보라고 추천하는 곳은 마곡사다.
"마곡사에는 금강문, 사천왕문도 있고 명부전, 나한전도 있으며 천불전도 있고 법당도 살펴볼 것이 많습니다. 마곡사가 남방화소였기 때문이에요. 불화나 불상을 조성하는 스님들을 교육하고 배출하는 학교였어요. 서울 지역 경산화소는 남양주 흥국사, 북방화소는 금강산 유점사였어요. 또 구례 화엄사나 하동 쌍계사도 볼 만하고요."
노씨는 전통문화의 핵심인 사찰이 세속화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오랫동안 답사를 다닌 사람으로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우리 문화의 특성은 자연과의 조화인데 그것이 깨지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세속주의와 물량주의가 불교에도 꼭 필요한 것인지 자성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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