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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현아·지코 그리고…" 1500편 뮤비감독이 본 '매력 탑3'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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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B레이블 김준홍 대표

'보이그룹' 중심 K팝 시장에

미국인·여성·솔로 K팝 아티스트 내세운 이유

중앙일보

ZB레이블 김준홍 대표는 20년 넘게 뮤직비디오를 찍어온 'K팝통'이다. 인디밴드 영상으로 일을 시작했고,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취미인 그는 'B급 감성'을 놓지 않는다고 했다. '다양성'의 집약체인 알렉사를 제작한 그는 '비주류가 주류가 되는'걸 늘 꿈꾼다고 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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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중에 전문가는 하나도 없어요. 팀 전체가 다 팬의 눈으로 알렉사를 만든 거예요"

우연히 영상 편집 감독이 가능성을 발견하고 '비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팀이 만들고 키워, K팝 종주국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먼저 떴다. 지난달 10일 미국 NBC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ASC)'에서 K팝 공연으로 우승을 차지한 '알렉사(AleXa)'는 알려진 대로 국내 신생 기획사 ZB 레이블 김준홍(47) 대표가 발굴·기획한 아티스트다. 'K팝 춤을 잘 춘다'는 점 이외에 아무런 정보가 없던 알렉사를 뽑은 김 대표의 '눈'은 ASC 우승으로 처음 대중의 인정을 받았다.



20년 뮤직비디오 감독의 ‘눈’… "매력 탑3 현아·지코·알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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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홍 대표와 알렉사 모두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알렉사의 의상과 캐릭터는 게임 캐릭터 등 확장도 염두에 두고 구상했다.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우승곡인 '원더랜드' 뮤직비디오의 일부. [유튜브 'AleXa - ZB Labels'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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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홍 대표는 서태지부터 시작해 20년 넘게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일하면서, K팝 1세대부터 최근 BTS까지 모두 봐온 ‘K팝통(通)’이다. HOT, 신화,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오마이걸, 우주소녀, 여자친구, (여자)아이들, 마마무, 화사, 환불원정대 등 20년 동안 그가 찍은 뮤직비디오만 1500편이 넘는다. BTS와는 첫 뮤직비디오 '노 모어 드림'부터 꾸준히 작업을 계속해왔고, 최근엔 미국 일정과 관련된 영상 콘텐트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 김 대표가 알렉사를 두고 20년간 겪은 아티스트 가운데 지코·현아와 함께 '매력 탑 3'라고 했다. 김 대표가 직접 아티스트 제작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지난 24일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그동안 '멋있는 뮤비 만들어서 갖다 바치기만 하네'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IP를 갖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간 뮤비를 찍으며 생각한 모든 걸 '알렉사'에 다 녹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5개국 K팝 팬 눈으로 만든 아티스트, "BTS 방정식 말고 '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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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제작사인 쟈니브로스 홈페이지에는 그간 작업한 뮤직비디오 일부가 아카이빙돼있다. 알렉사와 관련된 자료도 유튜브에 아카이빙이 잘 되어있는 편이다. 김 대표는 "본업이 제작이 아니라 영상이다보니 자료를 자연스럽게 남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쟈니브로스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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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B레이블은 영상 제작사 '쟈니 브로스' 산하 회사로, 대표를 포함해 6명이 일하는 작은 팀이다. 대표와 이사를 제외하고 4명은 각각 독일, 중국, 칠레, 스웨덴 출신의 K팝 팬들이었다. 알렉사를 가장 밀착 관리하는 안젤리나 포스(35)는 스웨덴인이다. 대학에서 국제통상을 전공하고 K팝이 좋아서 무작정 한국 유학을 와 엔터 업계에서 일하다 김 대표에게 동료로 스카우트됐다. 김 대표는 "우린 전문가가 하나도 없고, 전부 K팝 팬으로 시작한 실무자들이라 '팬'의 눈으로 알렉사를 만든다"며 "BTS의 빅히트가 매니지먼트 직원이 아닌 '작가'를 뽑는 '색다른 행보'로 성공의 첫 단추를 끼웠듯, 우리의 경쟁력도 '다름'"이라고 말했다.

"BTS가 한다고 너도나도 따라 하는 게 K팝의 성공 방정식이 아니다"라는 그는 현지화와 맞춤형을 강조했다.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를 준비하며 유럽의 원조 경연 무대인 유로비전의 역사를 공부하고, SNS 마케팅도 별도로 연구했다. 미국식으로 라디오 방송에 돌아가며 출연하고 틱톡 챌린지를 내세워 홍보했다. 앞으로 홍보 일정도 색다르다. 뉴욕의 야외 페스티벌인 '서머 스테이지', 워싱턴에서 열리는 만화 축제 '오타콘'을 비롯해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 얼굴을 비칠 계획이다. 영어로 라디오 방송이나 현장 소통이 자유로운 '미국인' K팝 아티스트의 이점을 십분 살리는 계획이다.

'알렉사'는 본명인 '알렉산드라'의 약칭이지만 아마존 AI 스피커의 이름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그런 느낌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말했다. 데뷔 초부터 메타버스, 게임 캐릭터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을 염두에 뒀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알렉사를 찍는 카메라 이름도 '알렉사'다. 그 이름에 모든 아이덴티티가 집약돼 있다"며 "지난해 영국 메타버스 기술업체 '임프로버블'과 계약한 것도 메타버스 활동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밌는 걸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덕업일치 B급 감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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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의 한 건물을 통째로 쓰는 쟈니브로스는 촬영부터 제작, 편집 및 색보정까지 전 작업을 모두 할 수 있는 영상 제작사다. ZB 레이블은 쟈니브로스 산하의 회사지만, 아직 6명이 전부인 작은 '팀'이다. '기획사 대표' 보다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더 오랜 시간을 산 김준홍 대표는 "정장 입을 일이 없다보니 정장이 하나도 없어서, '알렉사' 기자간담회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장을 한 벌 사 입었다"고 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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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B레이블의 뿌리, '쟈니 브로스'의 '쟈니'는 광대라는 뜻이다. 한국어로는 '웃기는 형제들'쯤 된다. 김 대표는 "회사 이름이 무슨 픽쳐스, 무슨 미디어 이런 거면 너무 재미없어서 지은 건데, 이름 따라가나 봐요. 재밌는 걸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라고 말하며 웃었다. 2001년 회사를 세웠고, 지난해가 20주년이었다.

서울예전(현 서울예술대학교) 94학번인 그는 우연히 학교 선배가 자신이 찍었다며 보여준 듀스 뮤직비디오에 마음이 움직여 '뮤직비디오를 해야 되겠다'고 진로를 결정했다. 그는 "음악이 착착 붙고 춤과 싱크가 딱딱 맞는 게 너무 재밌어 보였고, 하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졸업하자마자 카메라맨으로 함께 일하던 학교 동기 홍원기 감독과 100만원씩 모아서 홍 감독의 자취방에서 회사를 차렸다. 150만원으로 컴퓨터를 사고, 50만원으로 회사 봉투와 명함을 만들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던 이들은 홍대에서 인디밴드 뮤비를 무료로 찍어주면서 입소문을 탔고, 서태지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본격적으로 K팝 업계에 들어왔다. '백 투더 퓨처'를 비롯해 영화, 애니메이션 '덕후'라는 김 대표는 자신이 만드는 영상과 아티스트에도 'B급 감성'을 녹인다고 했다. 꾸준히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냈고, 쟈니브로스는 촬영부터 제작까지 모든 공정을 직접 할 수 있는 제작사가 됐다. "취미가 일이 된 케이스"라는 김 대표는 2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직접 촬영을 다니는 현역 감독이다. 인터뷰 당일에도 파트너인 홍 감독은 한 걸그룹 뮤직비디오 촬영을 갔다고 했다.



획일화된 K팝… "다음 K팝은 '팬덤' 아닌 '유행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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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알렉사는 케이팝 3.0"이라고 말했던 김준홍 감독은 인터뷰에서 "획일화된 케이팝 시장에 지금 필요한 건 다양성, 이왕이면 솔로 아티스트면 더 좋을 것 같다"며 브리트니 스피어스, 아무로나미에, 빌리 아일리시 등을 알렉사가 나아갈 방향으로 언급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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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다음 세대 K팝'을 많이 언급했다. 이번 ASC에서 우승한 알렉사는 미국인이고, 노래를 만든 사람도 모두 외국인, 가사도 몇 마디 한국어를 제외하고 모두 영어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 들어 있는 'K팝' 정체성을 강조했다. 외국인 K팝 아티스트를 키우며 문화 충돌도 겪어본 그는 "안 어울리는 K팝을 무작정 입히니 대중에게 어색해 보였던 건데, 아티스트에게 잘 어울리는 방식으로 K팝을 입히면 된다"며 충돌을 피하는 방법을 귀띔했다.

"영상을 만드는 사람의 시각으로 볼 때 최근의 K팝은 획일화된 느낌"이라며 "그간 K팝 트렌드는 보이밴드, 보이그룹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아티스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보아, 아무로나미에 등 글로벌한 명성을 날린 여성 솔로 아티스트들을 언급하며, 처음 알렉사를 기획하면서는 영국 아티스트 빌리 아일리시의 느낌을 생각했다고 했다.

김준홍 대표는 "K팝 3.0은 '전 세계 사람들이 직접 행하고 즐기는' 팝이 되는 진화고, 알렉사는 그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HOT '캔디', 소녀시대 '지(Gee)' 처럼 온 국민이 다 아는 노래가 어느 순간 없어졌다"며 "앞으로의 K팝은 '팬덤' 문화가 아니라 '유행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남스타일'이 이룬 방향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 사람들 귀에 편한 멜로디를 주축으로 하지만 알렉사의 노래가 '팝'이냐 'K팝'이냐도 듣는 사람의 판단에 맡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K팝도 어느 순간 '힙합'처럼 팝의 한 장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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