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치솟는 물가에 정부 진땀…유류세인하 카드 한번 더 꺼내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5% 고물가 현실화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넘어서면서 국내 경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사상 최대 폭의 유류세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고공행진하고 있는 국제유가와 곡물가, 원자재 가격 등 수입 물가 상승에 국내 물가가 속수무책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렸던 소비도 회복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6%대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정부 입장에서 뾰족한 대응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금리 인상, 관세 인하, 유류세 인하 등 쓸 수 있는 카드를 사실상 총동원하고 있지만 오는 3분기까지는 물가 고공행진을 잡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은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이 포함된 공업제품, 외식 등 개인 서비스다. 품목별로 보면 경유(45.8%) 휘발유(27.0%) 등유(60.8%) 자동차용 LPG(26.0%) 모두 크게 올랐다. 특히 경유는 2008년 7월(51.2%)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며 휘발유보다 판매가가 더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2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108.99달러를 기록했고 브렌트유(1117.61달러)와 서부텍사스산원유(116.87달러)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고유가에 대응해 지난 4월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했지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민들이 정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오는 7월 말 종료될 예정인 유류세 인하를 추가 연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종합적으로 판단이 서면 발표하고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유류세 탄력 세율을 적용해 인하 폭을 37%까지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탄력 세율을 적용해도 인하분이 모두 판매가에 반영됐을 때 추가 효과는 휘발유가 ℓ당 57원, 경유는 ℓ당 38원 낮아지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유류세 인하 폭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에 국회에는 현행 최대 30%인 유류세 인하 폭을 100%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상황이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밀가루(26.0%) 식용유(22.7%) 빵(9.1%)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개인 서비스는 외식(7.4%) 물가 급등에 따라 5.1% 올랐는데, 이 역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폭이다. 외식 품목은 수요 증가에 재료비·배달비 영향으로 갈비탕(12.2%) 치킨(10.9%) 생선회(10.7%) 등이 크게 오르며 정부의 외식물가 안정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농축수산물은 축산물을 중심으로 4.2% 상승했다. 돼지고기(20.7%) 수입 쇠고기(27.9%) 닭고기(16.1%) 등이 사료비와 물류비 인상 여파로 가격이 크게 뛰었다. 4월에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동시에 오르면서 전기·가스·수도는 2010년 1월 집계한 이후 최고치인 상승률 9.6%를 기록했다. 전기료와 도시가스료가 나란히 11%씩 상승했다. 이처럼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해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6.7%까지 치솟았다.

5%대 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6월 물가는 전월 대비 상승률이 -0.4%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한 5%대를 유지할 것"이라며 "물가가 현재 수준을 지속하면 연간 상승률은 4.3%가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7월까지 5%대 소비자물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오는 9월까지 물가 고공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전히 가능성이 낮다는 정부 입장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물가 통제를 위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조치가 불가피한 가운데 이 같은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공급 측 요인이 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대책이 많지 않지만 고물가 장기화를 막으려면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올 연말에 가서야 물가 상승률 폭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물가 상황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조만간 발표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물가 안정과 관련한 추가 대책을 담을 전망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차관회의에서 "민생안정대책 효과가 즉각 나타날 수 있도록 예산 집행과 관련 법령 개정 등 후속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겠다"며 "민생·물가 안정과 민간활력 제고 등 정책과제를 담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6월 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