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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81.5%→37.7%…충격의 광주, 민주에 '침묵의 회초리'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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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 등 6ㆍ1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당선인들이 2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친 뒤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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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 개표가 한창이던 1일 오후 10시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당선인이 선거 캠프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 지었음에도 지지자들을 향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뗐다. 강 당선인은 “(당시) 득표율 77.6%에도 환호하지 못한 건 낮은 투표율 때문”이라며 “또 한 번의 쓰라림으로 승리에 환호할 수도 만세를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날 광주의 투표율은 37.7%로 전국 최저치이자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전북의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하고도 울상을 짓고 있다. 압도적인 득표율과는 달리 지난 3월 치러진 20대 대선 투표율(81.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역대급 투표율 때문이다. 특히 '호남 정치 1번지'인 광주 투표율은 전국 평균(50.9%)을 크게 밑돌았다. 역대 대선·총선·지방선거를 포함해 광주의 투표율이 40%를 못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광주의 역대 지방선거 최저 투표율은 20년 전인 2002년 3회 지방선거 때 기록한 42.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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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오른쪽) 전남도지사가 2일 무안군 삼향읍 전라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김성주 전남선거관리위원장으로부터 당선증을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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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전국 최저…대선 81.5% 반토막



광주는 진보 표심의 기준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선거 때마다 투표율이 타 지역에 비해 높았다. 이번 대선만 하더라도 81.5% 투표율로 전국 최고를 찍었다. 검수완박 논란과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정권 교체의 목소리를 의식한 탓인지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84.82%의 표를 몰아주기도 했다. 역대급으로 투표율이 낮게 나온 이번 선거를 놓고 민주당뿐 아니라 광주 지역사회까지 충격에 빠진 모양새다.

정치권 안팎에선 "선거 때마다 민주당에 몰표를 준 호남 유권자들이 이번엔 '침묵의 회초리'를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표 불참을 통해 대선에 지고도 반성과 쇄신의 노력을 보이지 않는 민주당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취지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자치21 기우식 사무처장은 “문재인 정권 5년을 포함해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이 보여준 개혁과 협치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라며 “거대 양당 체제 안에서 썩은 물이 돼버린 민주당에 개혁을 촉구하는 의미로 투표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나온 낮은 투표율을 2016년 총선 당시 호남 28석 중 23석을 밀어준 국민의당 '녹색 바람' 때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시 민주당에 실망한 호남 유권자들이 경쟁 당인 국민의당을 찍어 이른바 회초리를 들었지만 이번에는 국민의힘 외에 대안 정당이 없어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2일 광주 북구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42)씨는 "그간 선거 때마다 열일을 제치고 투표했는데 이번엔 기권했다"며 "대선에 지고도 반성도 없고 달라지려고 하지 않는 민주당에 투표하지 않음으로써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호남에 출마한 이정현(18.81%)·조배숙(17.88%)·주기환(15.90%) 등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선전한 데도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대선 패배 후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 움직임 속에서도 15%가 넘는 표를 얻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광주 동림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장모(51)씨는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만 믿고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총선을 겨냥한 줄세우기를 하는 바람에 경선이 엉망이 됐다고 들었다"며 "처음으로 광주시장 선거에서 보수당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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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전북도지사 당선인이 2일 전북 전주시 모래내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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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낮은 투표율 매섭게 받아들이겠다" 자성



전문가들은 “대선 패배에도 민주당 일당 독주와 공천 잡음, 정책선거 실종 등이 맞물려 투표에 대한 관심을 잃게 했다”고 분석한다. 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대선에 올인했다 패배했으면 거기에 상응하는 후속 조처가 있어야 하는데 민주당은 공천에만 매몰돼 새로운 정책이나 인물을 내놓지 않은 채 잡음만 컸다"며 "호남처럼 오랫동안 한 정당이 독점해 온 상황에서는 투표를 포기함으로써 실망감을 표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호남 출신 민주당 인사들도 일제히 쓴소리를 쏟아냈다. 전남지사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대통령 선거에 지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방선거를 치르다 또 패배했다"며 "광주 투표율 37.7%는 현재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참패 요인에 대해서는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미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목포 출신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광주 투표율을 보며 길을 찾으시라"며 "당생자사(黨生自死). 당이 살고 자기가 죽어야 국민이 감동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 지역 민주당 당선인들은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낮은 투표율의 의미를 매섭게 받아들이겠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광주광역시·전주·무안=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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