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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루나 사태’ 이후 가상화폐 생태계는… 실체 없는 허상 vs 이미 정해진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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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는 실체가 없는 허상일 뿐이다.” “이미 정해진 미래다. 지금부터 투자해야 한다.”

가상자산만큼 투자 의견이 엇갈리는 분야도 없다. 누군가는 남들보다 먼저 발견한 신대륙이라고 하고, 다른 누군가는 경마나 도박과 다를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 최근 루나발 가상화폐 시장 폭락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시장 분위기가 침울하다. 하지만 여전히 당장 투자하지는 않아도 디지털 자산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이들이 많다. 대체불가능토큰(NFT)의 성장성과 돈 버는 게임으로 널리 알려진 ‘P2E(Play to Earn)’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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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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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테라 사태에 시장 쑥대밭

한국산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 사태의 여파는 가상자산 업계 전반으로 불붙고 있다. 테라USD(UST)는 테라폼랩스에서 만든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만들어진 코인으로 법정화폐 등을 지급준비금으로 준비하거나 또 다른 가상자산을 담보물로 가지고 있다. 테라는 무담보 알고리즘 코인으로 테라폼랩스가 만든 또 다른 코인 루나를 통해 달러화의 페깅을 유지하게끔 설계돼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즉 테라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루나로 테라를 사고, 테라가 1달러를 웃돌면 테라로 루나를 사며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UST의 가격 하락 폭이 커지면서 루나의 유통량이 많아지자 루나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테라폼랩스는 UST를 1달러에 맞추기 위해 많은 양의 루나를 발행했고, 그러면서 루나의 가치는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UST와 루나의 하락세를 보고 놀란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대폭락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테라폼랩스는 자신들이 설계한 알고리즘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1UST=1달러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해왔던 만큼 투자자들도 이를 믿고 테라와 루나에 투자했으나, 테라와 루나의 멈추지 않는 하락세에 발행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락의 이유에 대해 알고리즘 메커니즘 자체의 약점과 이를 숨기려고 고이자를 지급하는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상품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킨 것이라고 지적한다. 테라폼랩스는 지난해 ‘앵커 프로토콜’이라는 일종의 테라 예금 시스템을 만들고 연 20%에 달하는 이자를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루나를 스테이킹하도록 유도했다. 테라USD처럼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달러와 가치를 연동하는 또 다른 스테이블코인의 페깅(가치 고정)이 끊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달러 등 실물자산과 가치가 연동되도록 설계된 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가치를 유지하는 대표적 방법은 시가총액이 가장 큰 테더처럼 현금, 채권 등 실물자산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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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가상화폐 가격 급등은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큰 원동력이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터진 테라 사태는 포트폴리오로서의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한다. 가상화폐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번 사태가 금융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 앞으로 이들이 시장에서 자리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선 가상화폐의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주장한다. 정구태 비트스퀘어 대표는 “루나는 전통 금융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시행착오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체불가능토큰(NFT) 수집 시대

이임복 세컨드브레인 대표는 “미술 프로젝트 그룹 ‘비플’이 만든 ‘첫 5000일’이라는 작품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785억원에 팔리면서 NFT가 투자의 대상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2021년은 ‘예술’의 시대였다면 2022년은 ‘수집품’의 시대라는 것이 이 대표 주장이다. 그는 “단순 미술작품 수집을 넘어 수집품으로 NFT를 모으고, 그 NFT 프로젝트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투자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블록체인에 올라가면 원본이 구분되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작품의 주인이 결정되는 시장이 열렸다”면서 “올해는 스토리가 있는 수집품(컬렉터블) NFT에 집중해야 한다”고 추천했다. 그는 “최근에는 1만 개의 원숭이 NFT를 발급하고 스토리를 부여한 베이시(BAYC)가 가장 성공한 NFT 프로젝트로 꼽힌다”면서 “국내서도 메타콩즈와 같은 유망한 프로젝트들이 많으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현호 동의대 경영학부 교수도 “국내 NFT 미술 시장이 두나무, 코빗 등에 의해서 거래가 지원되는 등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최근 NFT 먹튀 사태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전체적인 생태계를 이해하고 투자 성향에 맞춰 조심스럽게 투자 시장에 진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의 미래를 낙관하며 투자 가치를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 이두희 멋쟁이 사자처럼 대표는 “예를 들어 조선시대 동전을 스페인 왕국에서 쓸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미국의 재화가 한국에서 쓰인다. 그 쓰임을 무역회사가 만들었듯이, 지금은 개발자들이 무역회사들처럼 가치의 전달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가치가 다른 체인이나 다른 콘텐츠로 전달될 가능성이 아예 없었지만, 지금은 ‘가능성’이 생긴 만큼 아이템끼리도 가치가 전달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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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임(P2E) 부활 단초?

루나 사태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 ‘쓸모’라는 키워드를 환기시켰다. 폭락기에는 투자자산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데,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그것이 ‘현실에서의 쓰임새’가 된 형국이다. 작년부터 NFT와 P2E, 메타버스 관련 가상화폐들이 각광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떤 프로젝트가 살아남을까. 임상훈 디스이즈게임 대표는 머니쇼 강연에서 “수많은 P2E 게임이 나왔지만 성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돈을 벌려고 억지로 하는 게임이 아니라, 재미있는 게임을 하면서 돈도 버는 구조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이를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그는 “게임이 크립토(가상자산) 시장에서 주목받은 것은 지난해 엑시인피니티, 미르4 등의 게임들이 크게 주목받아 가격이 오르면서였다”면서 “크립토 업계가 시장 확장의 다음 원동력으로 게임에 집중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온라인 게임 강자인 한국이 이 분야에서 주목받는 배경이다. 임 대표는 투자할 만한 P2E 프로젝트의 조건으로 “안정적인 게임 내 경제 체계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퀄리티 있는 게임으로 게이머 커뮤니티로부터 게임성을 인정받아야 하며 게이머들이 게임에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요소들을 심어놓았는지 확인해보라”고 조언했다.

<돈이 되는 메타버스>라는 책을 쓴 최원희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전문위원은 부의 기회를 잡으려면 결국 메타버스 시장을 이끌고 가는 기업들에 주목하자고 제안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이 메타버스 산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 위원은 특히 웨어러블 하드웨어에 주목했다. 그는 “기존에는 키보드, 마우스 등이 입력장치였다면 이젠 시야, 음성, 동작 센싱 등 다양한 입력장치를 통해 메타버스를 즐기는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기업들이 이러한 산업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메타버스라는 포트폴리오에 포함될 분야의 기업이 어디인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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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투자자들 여전히 주시

분명한 점은 가상화폐 시장을 예의주시하는 잠재적 투자자들이 매우 많다는 점이다. 차두휘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 전문가와 정구태 비트스퀘어 대표이사는 “가상경제 생태계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고 여전히 초기 시장인 만큼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파이에 투자해본 사람은 전 세계 인구의 0.05%뿐이다. 루나 사태와 같은 위험성도 분명 있지만 여전히 새로운 금융 시장(뉴파이)엔 기회가 더 많다는 것이 이번 머니쇼 강연의 골자였다. 전통 금융에서 담당하던 영역이 기능별로 디파이로 변화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번 정부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코인공개(ICO)를 모두 약속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기본법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자산에 접근할 수 있기에 투자의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루나 사태에도 두 전문가는 “여전히 코인 투자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하나은행의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부자의 30%가 장기적으로 가상자산 가치가 상승할 것 같다고 응답했다”면서 “코인에 대한 직접 투자가 두렵다면 기관들이 대신 투자를 해주는 ETF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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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가 예시로 든 ETF는 ‘글로벌X 블록체인 ETF(BKCH)’와 ‘앰플리파이 트랜스포메이셔널 데이터 셰어링 ETF(BLOK ETF)’다.

BKCH는 암호화폐 채굴 기업에 투자하는 ETF이고, BLOK는 암호화폐 은행 플랫폼을 제공하는 실버게이트캐피털 등 비트코인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이것도 위험하게 느껴진다면 테슬라나 넥슨 등 비트코인을 보유한 회사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차두휘 전문가는 “긴 인내가 필요한 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디파이 프로젝트에 투자하면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다이(DAI) 등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규모가 큰 프로젝트 위주로 관심을 가져보라”고 조언했다.

[신찬옥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1호 (2022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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