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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EU “러 원유 수입 90% 감축... 전쟁 자금줄 큰 타격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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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올해 말까지 90% 줄이는 대러 6차 제재안에 전격 합의했다. ‘전면 금수’를 추진했던 원래 방안에서 한발 물러나 일단 해상 유조선을 통한 수입만 막고, 육지 송유관 일부는 당분간 열어놓는 절충안이 채택됐다. 대러 제재를 놓고 일부 이견이 노출됐던 유럽 국가들의 분열 양상이 봉합됐고, 러시아 석유 판매 수입에 타격을 줄 수 있어 ‘상당한 성과’란 평가가 나온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EU 정상들이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러시아 석유 수입을 (거의 대부분) 중단하는 제재안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며 “이번 제재로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제재안은 러시아에 전쟁을 끝내라는 최대의 압박”이라며 “유럽의 단결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올해 말까지 EU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은 90%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의 원유 수출에서 유럽의 비율은 59%이다. 이 중 90%가 줄면 전체 수출은 반 토막이 난다. 올 들어 러시아가 원유 수출로 매달 벌어들이는 돈은 200억달러(약 24조8000억원)에 육박한다. 러시아는 오스트리아 주재 자국 대사를 통해 “원유를 공급할 다른 수입처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재의 핵심은 러시아산 원유 중 해상을 통한 수입은 완전 차단하고, 육상을 통한 수입 물량은 일부만 허용한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국가들이 수입하는 러시아 원유 중 3분의 2는 해상으로, 나머지 3분의 1은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육상으로 공급된다. 드루즈바 송유관은 러시아에서 출발, 헝가리와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독일 등으로 연결된다. 이 중 헝가리와 체코, 슬로바키아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모두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지 않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헝가리는 러시아 원유 의존도가 65%에 달해, 다른 EU 국가들이 예외를 인정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재안은 헝가리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그동안 난항을 거듭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지난달 초 “헝가리 경제에 ‘핵폭탄’이 될 것”이라며 원유 금수 조치 자체에 반대했다. 지난주에는 “EU 내 분열만 부각된다”며 “러시아산 원유 금수 논의를 아예 하지 말자”고도 했다. 그러나 EU 회원국들의 압력이 거세지자 “러시아 원유 의존도를 낮추는 데 필요한 8억유로(약 1조원)를 EU가 지원해달라”고 요구했고, 다른 국가들이 “송유관을 통한 수입은 풀어주겠다”는 제안까지 내놓자 더 이상 반대 명분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또 이번 제재안에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내용도 담았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3곳이 제작한 방송 콘텐츠의 유통도 막기로 했다.

러시아도 천연가스를 무기로 유럽에 대한 맞공세를 이어갔다. 네덜란드 천연가스 공급업체 가스테라는 이날 “러시아 가스프롬이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천연가스 수출을 중단한 나라는 4국으로 늘어났다.

한편, 이날 EU의 대러 제재안이 발표되자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지난 3월 이후 두 달 만에 장중 배럴당 123달러를 넘어섰고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119달러까지 치솟았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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