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한은, 한도 꽉 채운 중기·소상공인 ‘코로나 대출 40조’ 어찌할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중은행서 대출하면 한은 저리로 조달자금 제공

2년간 은행 대출 175조 증가 이끌며 ‘코로나 방어’

40조원 시중에 풀려나가 통화량 늘리는 작용도

요즘 물가안정 총력 중앙은행으로서는 “고민”


한겨레

한국은행.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물가 안정이냐, 대출 지원 유지냐?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의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을 공급·지원하는 약 40조원 규모의 ‘금융중개지원대출’의 이자율과 한도 운용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 긴축’ 금리인상기에 오히려 시중 통화량을 늘리는 쪽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가 열리면 시중은행 여신기획부에서 금리 못지않게 촉각을 곤두세우는 게 ‘금융중개지원대출’ 프로그램의 한도와 이자율 변경이다. 현재 총 한도액 39조8천억원에 이르는 이 금융중개지원대출(옛 총액한도대출, 1994년부터 도입)은 한은이 기준금리(연 1.75%)보다 낮은 연 0.75% 초저금리로 시중은행에 대출자금을 공급(은행별·프로그램별 한도 배정)해줘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유인하는 제도다.

금통위가 필요할 때 한도와 이율을 수시로 조정한다. 구성 항목별로 ‘신성장·일자리지원’ 프로그램 13조원, ‘지방중소기업지원’ 5조9천억원, ‘중소기업대출안정화’ 3천억원, ‘무역금융지원’ 1조5천억원,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가 터진 직후 신설한 ‘코로나19 피해기업지원’ 13조원, ‘소상공인 지원’ 6조원 등이다. 대출금리가 상시 프로그램은 0.75%(코로나 기간 0.25%→지난 4월 0.50%→5월 0.75%)이다. 코로나에 대응해 새로 편성한 두 한시적 프로그램은 0.25%로, 6개월씩 세 차례 운용기한이 연장돼 오는 9월까지 지속된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 관련 은행들의 중소기업·상공인 대출 취급 실적이 꾸준히 증가해 두 신설 프로그램에서만 국내 은행들이 취급한 대출액이 5월 현재 누적 총 39조원에 이른다”며 “코로나 이전에 총 25조원 한도로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운용할 때는 대출액이 한도를 다 채우지 못하는 때가 많았으나, 지금은 프로그램 항목마다 대출잔액이 모두 한도를 거의 채우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은행대출액(4월 말 잔액 총 916조원)은 2020년 90조원(전년말 대비), 2021년 85조원 증가했는데 이 제도가 중소기업의 코로나 방어막으로 큰 역할을 해온 셈이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시중은행이 먼저 중소기업에 대출을 실행한 뒤 사후적으로 이 대출 건에 대한 저리의 조달자금 차입을 한은에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은은 심사·평가를 거쳐 돈을 빌린 중기·소상공인의 특징에 따라 저신용자는 해당 대출액 전액을, 중신용·고신용자에게는 대출액의 일부 등으로 차등을 둬 은행에 지원한다. 은행 쪽은 한은으로부터 지원받은 낮은 조달금리(코로나 기간 연 0.25%~0.75%)로 아낀 비율만큼 중소기업 대출이자율을 감면해준다. 예컨대 은행의 일반적인 대출재원 조달금리가 연 1.5%일 경우 이 중개지원대출을 받으면 조달이자를 많게는 1.25%포인트 아끼게 되고, 따라서 중소기업에 애초 연 4.75%로 대출해줄 건을 실제는 3.50%로 제공하게 된다.

이 40조원은 시중에 풀려나가 유통 통화량을 늘리는 작용도 하게 된다.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 인상기에 이런 통화량 증가효과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한은은 시중 통화량과 중소기업 금융 동향을 감안해 지원대출을 결정한다. 최근 한 금통위원은 “금융중개대출지원이 중기·소상공인 대출을 지원하는 좋은 제도이긴 하지만 시중 통화량을 증가시켜 통화정책방향과 반대 쪽으로 실행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금통위원을 비롯해 한은 내부에서는 이 제도의 한도를 더 늘리지 않고 기존 대출도 만기(1개월 단위)가 돌아오면 연장을 가급적 제한하는 쪽으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통위원들은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한도는 가급적 줄이지 않되, 기준금리 인상때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올리는 ‘절충적 지혜’를 짜내고 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항상 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 신청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