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테라ㆍ루나 2.0… 화려한 부활인가, 대재앙의 반복인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새로운 폰지 사기 유발 우려

이투데이

"테라 2.0이 왔다. 가장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중 하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 대폭락으로 비판을 받는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들어 생태계를 부활시키겠다”며 일명 ‘테라 2.0′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수습 대안이 되레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취약점을 극복하기보다 다시 한 번 금융 상품에 의한 단기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면피했다는 지적이다.

이투데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야후파이낸스 유튜브 영상 캡처/연합뉴스)


29일 테라폼랩스는 홈페이지를 보면 권 대표는 또 다른 논란의 대상인 새로운 테라 2.0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는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테라 2.0이 왔다"(Terra 2.0 is here)란 문구를 띄웠다.

그러면서 "열정적인 커뮤니티와 깊이 있는 개발자 풀에 의해 추진되기 때문에 새로운 테라 블록체인은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탈중앙화된 것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권 대표는 지난 16일 테라ㆍ루나에서 새롭게 파생되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테라 2.0과 루나 2.0을 개발, 가격이 폭락하기 전후를 기준으로 새 가상자산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새 루나의 약 35%는 가치 폭락 전 루나 클래식(스테이킹 파생상품 포함)을 보유했던 사람에게, 약 10%는 가치 폭락 전 테라 보유자에게 돌아간다. 25%는 가치 폭락 후에도 여전히 테라ㆍ루나를 홀딩하고 있는 트레이더에게 할당된다.

새로운 부활이라고 소개하는 권 대표의 주장과 달리, 전문가들은 새로운 희생양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새로운 토큰(가상자산)을 발행하고, 투자자들이 매입하고, 수익이 나면 그 지분대로 나눠주는 구조가 제2의 테라ㆍ루나 사태를 낳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투자 손실 일부를 복구하기 위해 다음 투자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 A씨는 "이전까지는 기망의 의도가 없어서 사기죄에 해당하기 어려웠는데 이 시점부터는 돌려막기를 유발하는 구조가 된다"라며 "이 순간부터 진짜 폰지 사기로 여겨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기존 문제에 대한 수정 인력을 충원하기도, 기술력을 보완하기에도 지나치게 짧은 수습 기간"이라며 "기술력보다는 금융 상품에 의해 단기 수익을 급속하게 창출하는 데 익숙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테라ㆍ루나 2.0의 부활이 '고래'(가상자산 업계의 큰손)에게만 이점을 가져다줄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 권 대표가 테라 스테이션에서 테라ㆍ루나 2.0 발행을 위한 투표를 시작한 18일에는 반대가 약 90%에 달했다. 이후 투표가 마무리되는 25일 오후 전체 투표율 83.27% 중 찬성 65.50%로 마무리됐다. 기권은 20.98%, 반대는 0.33%였으며 거부권 행사는 13.20%에 불과했다.

업계 전문가 B씨는 "테라ㆍ루나의 상당 수량을 보유한 사람들 대부분이 초기 투자자들이나 노드 운영자들"이라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개미들을 끌어들이는 방향 아니겠느냐"며 주의를 요했다.

개미들의 투자 심리 또한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테라ㆍ루나가 건전하지 않은 금융 상품에 기반한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에도 단기 수익을 노리는 개미들이 다수 참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위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발표에 따르면 테라ㆍ루나 사태가 불거지고 금융 당국이 경고를 이어갔지만 되레 10만 명의 투자자가 유입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를 막는다고 해도 스냅샷 시점에서 에어드롭(코인 무료 지급)을 통해 이득을 얻으면 아무래도 욕심이 생기지 않겠나"라며 "얼른 먹고 빠지자, 조금 더 크게 먹을 수 있다는 식의 탐욕을 가지고 들어오는 투자자들을 막을 대안이 없다"라고 경고했다.

[이투데이/박소은 기자 (gogumee@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