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이 칸영화제 레드카펫 행사를 찾아온 팬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epa=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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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각본, 연출을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주연 배우 송강호와 26일(현지 시간) 제75회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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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는 길었지만 평가는 엇갈렸다.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2018)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기생충’(2019) 배우 송강호가 뭉친 영화 ‘브로커’가 26일(현지 시각)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서 12분간의 기립박수 속에 베일을 벗었다.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만 여섯번째인 고레에다 감독, 네번째인 송강호에 대한 예우와 기대감 때문일까. 이날 월드프리미어 상영은 올해 심사위원장을 맡은 배우 뱅상 랭동, 아녜스 자우이 감독 등 유럽 영화인들이 유독 많이 찾았다. 고레에다 감독과 송강호‧강동원‧이지은‧이주영 등 주연 배우들이 레드카펫에 들어서자 관중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특히 K팝 스타 이지은(본명)의 팬이 많았다. ‘브로커’로 상업영화 데뷔한 그는 가수로서 예명 ‘아이유’를 외치며 눈물까지 글썽이는 팬들에게 다가가 관계자가 입장을 재촉할 때까지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는 여유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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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스모키화장…아이유 벗은 이지은
이어 공개된 영화도 이지은이 첫 장면을 열었다. 장대비가 세차게 흐르는 비탈길을 힘겹게 오른 주인공 소영은 키울 수 없게 된 아기를 두고 가는 ‘베이비박스’ 앞에 안고 온 아기를 내려놓는다. “우성아 미안해. 곧 데리러 올게”란 쪽지와 함께. 염색물이 다 빠진 부스스한 머리와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지친 기색을 가린 소영은 거친 욕설도 내뱉는다.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 속 피로감, 까칠한 연기톤이 ‘미혼모’ 소영의 현실과 만나 새롭게 변주됐다. K팝 스타 ‘아이유’를 벗은 이지은이 인상적인 칸영화제 데뷔를 치렀다.
이처럼 일본 거장과 한국 배우들의 새로운 만남이 눈길을 끈 초반부와 달리 이어진 영화는 단조로운 인상에 그쳤다. 아들 우성을 되찾으러 돌아간 소영은 불법 입양 브로커인 세탁소 사장 상현(송강호)과 보육원 출신 베이비박스 시설 직원 동수(강동원)가 우성을 빼돌린 걸 알고 신고하려 하지만, 좋은 부모를 찾아주겠다는 이들의 제안에 함께 길을 나선다. 여기에 상현과 동수를 추적해온 두 형사(배두나‧이주영)가 가세하며 부산에서 서울까지 로드무비가 펼쳐진다.
英가디언 "고레에다 드문 실책"
영화는 ‘베이비박스’라는 사회 현상을 토대로 생명의 무게, 어른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여러 인물의 사연을 교차한 줄거리 위주로 제시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 인물의 감정에 진득하게 몰입되지 않는다. 남자 아기는 1000만원, 여자 아이는 800만원이라는 불법 입양 시세나 ‘아기 값’을 할부해달라는 구매 부모의 현실을 노골적으로 담아냈다. 그러나 사회에 방치된 노인‧학대 아동 문제를 엮어낸 ‘어느 가족’, 부모 됨의 진정한 의미를 담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등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하면 사회 문제를 깊이 파고들기보단 전시하는 데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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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부족하고 뻔뻔한 인물들과 아이의 천진난만함이 주는 따뜻한 유머, 이들이 서로의 결점을 채우며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여정을 노련한 솜씨로 그려냈지만 매 상황 인물들의 감정이 충분히 와닿지 않은 채 넘어간다. 고레에다 감독이 프랑스에서 프랑스 배우들과 프랑스어로 찍은 전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2019)이 그랬던 것처럼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가족영화 거장의 공식’에 맞춘듯한 장면의 연속이다. 모국어 영화에선 일상의 공기와 인물 관계를 섬세하게 건져냈던 고레에다 감독의 장기가 익숙지 않은 한국말 대사로 인해 힘을 쓰지 못한 것처럼도 보인다.
프랑스칸=나원정기자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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