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광화문 광장. 퇴근길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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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ㆍ종로 등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을 촉구하거나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면서 연휴를 노렸던 이 일대 숙박ㆍ관광 업계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21일 헌법재판소가 있는 종로 일대에선 촛불행동, 대통령 퇴진비상행동, 민주노총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촉구 집회·행진이 진행됐고, 약 1㎞ 떨어진 시청역 근처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자유통일당 집회가 열렸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는 광화문 광장 주변에선 각각 응원봉과 태극기를 든 이들이 마찰을 빚기도 했다.
서울 중심지에 숙소를 예약했던 관광객들은 발길을 돌리는 분위기다. 가족들과 함께 여행 온 멕시코인 페드로(45)씨는 “사전 조사를 하다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를 알게 됐다”며 “서울은 혼잡하다는 얘기가 있어 아예 공항 근처로 숙소를 잡았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쟈스민(38)씨는 “연말 서울 시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 명동에 숙소를 예약했는데 주말엔 소음이 심하다고 해 걱정”이라고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앞둔 23일 만실을 기대했던 인근 호텔들은 코로나19 기간을 연상하게 하는 저조한 예약률에 침울한 분위기였다. 시청역 근처 한 대형 호텔 관계자는 “해마다 이맘땐 늘 만실이었는데 올해엔 예약률이 30% 정도 떨어졌다”며 “외국인 관광객의 예약 5건 중 1건이 취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객실 환불 요청이 이어지면서 매출 타격도 불가피해졌다. 이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의 취소 요청에 100% 환불해줬다”며 “매출은 당연히 줄었고 언제까지 이렇게 운영할 수 있겠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토로했다.
기존 예약 고객들의 집회 소음·교통통제 관련 민원도 상당하다. 광화문에서 시청 광장으로 향하는 도로가 통제되며 여행 짐을 끌고 호텔을 찾는 여행객의 항의가 빗발친 것이다. 광화문역 앞 한 호텔 로비 직원은 “택시가 호텔 앞까지 못 오다보니, 영문도 모른 채 멀리서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온 외국인 손님들의 항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에서 도보로 약 10분 떨어진 한 호텔의 구글 후기에는 “토·일·공휴일은 위험”, “귀 옆에 틀어 놓은 스피커 같은 소리에 깬다”는 평이 달렸다.
23일 한복을 대여해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난 주말 집회 인원 관리를 위해 이용된 바리케이드 옆을 지나고 있다. 이수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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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에도 탄핵 찬·반 집회가 예고되면서 안국역 인근 한복대여·전통음식 상인들의 한숨도 길어졌다. 경복궁 앞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복을 대여해주는 상인 황모(40대)씨는 “크리스마스 시즌엔 폭설이 와도 한복을 입겠다는 손님들로 붐볐는데 올해는 조용하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확실히 많이 줄었다”고 했다. ‘광화문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김치전·멸치국수 등을 파는 김정우(53)씨는 “외국인 손님이 전체 50~8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10%밖에 안 된다”며 “지난 주말 6시간 집회 내내 사회자가 내뱉는 험한 말을 들으면서 장사를 하는데 나중엔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고 했다.
지난 21일 광화문 앞 시위대(위)가 행진으로 빠져나간 뒤 한 시간 지연된 '광화문 미디어파사드' 공연을 관람하는 관광객들. 사진 독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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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탄핵 찬·반 집회장을 양쪽에 끼고 있는 광화문 광장에서 연말 행사(12월 13일~1월 5일)를 계획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집회 측 행진 인파와 ‘서울 라이트 광화문’ 행사를 찾은 관광객이 섞이지 않도록 미디어파사드(벽 등에 빛을 쏴 만든 작품) 상영 시간을 한 시간 늦췄다. 서울시설공단 한 관계자는 “집회 주최 측에서 스피커 음량을 키우면 우리 쪽에서 더 키우는 등 갈등 상황도 벌어졌다”며 “인파 분산을 유도해 시민과 관광객들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전율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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