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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베이징 확진자 150㎞ 밖 격리…“우리가 하수구냐” 허베이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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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확진자 1800여명 허베이 원정격리

베이징 시민들은 “우리도 언젠가?” 불안

장자커우 시민들은 “왜 우리한테?” 불만


한겨레

23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 요우이 지역에서 주민들을 허베이성 장자커우로 싣고갈 버스가 대기해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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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이징은 늘 허베이성에 이렇게 가혹한가.”

베이징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지역의 주민 1800여명이 150㎞ 떨어진 허베이성 장자커우로 원정 격리되면서 양쪽 주민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 주민들은 강화되는 봉쇄 조처의 칼날이 본인들에게 향할 수 있다며 불안해하고, 허베이성 주민들은 왜 베이징의 위험을 본인들이 떠안아야 하느냐며 불만을 쏟아낸다.

<베이징일보>, <신경보> 등 보도를 보면, 지난 23일 베이징 방역 당국은 베이징 16개구 중 두 번째로 큰 하이뎬구의 요우이 지역(社區) 주민 1800여명을 차량 100여대에 태워 허베이성 장자커우시의 숙소 7곳에 보냈다.

최근 요우이 지역에서 가족 간 모임 등으로 19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지역 사회 전파 위험이 크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우선 일주일 동안 집중 격리를 받은 뒤 상황을 살펴 귀가 조처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베이징 보건 당국은 “허베이성의 강력한 지원이 있었다”며 “베이징과 허베이가 협력해 코로나19를 퇴치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이 베이징 당국이 지역 내에 준비한 격리 시설이 아닌 인접 도시인 허베이성의 장자커우시의 숙소로 이동하면서 발생했다. 주거지와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 격리되면서, 베이징 주민들과 허베이성 주민 모두 불만을 터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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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시민들이 격리된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숙박 시설. 웨이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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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커우시는 지난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열렸던 도시 중 하나로, 베이징에서 약 150㎞ 떨어져 있고, 차로 두 시간 정도 걸린다. 격리 시설은 국제회의가 열리기도 한 고급 숙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주민들은 한 달 넘게 지속된 봉쇄 조처가 점점 강해지는 데 대한 불안감을 호소한다. 한 베이징 주민은 <한겨레>에 “1800여명을 장자커우에 보냈는데, 또 어떤 광풍이 불어닥칠지 알 수 없다”며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인구 2천만명인 베이징에 하루 확진자가 100명이 안 되는데 이런 조처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앞으로 몇 달 동안 이런 상황이 지속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베이징시는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수십명씩 발생하자 거의 전 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있고, 이달 초부터는 식당에서 식사를 금지했다. 베이징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차오양구의 난신위안 지역에서는 지난 21일 주민 1만3천여명이 격리 시설로 보내졌다.

베이징과 접한 허베이성 주민들의 불만도 매우 높아 보인다. 허베이성은 한국의 경기도처럼 베이징을 둘러싸고 있고, 남쪽 해안지역에 견줘 경제 발전이 늦은 편이다.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를 보면, 허베이성 주민이라고 밝힌 이들의 하소연이 많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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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중국 베이징의 한 지역에서 방역 요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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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누리꾼은 “인구 수천만 명의 대도시에서 1800명을 격리할 수 없느냐”며 “장자커우 사람들은 1년 넘게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몇 달 전 허베이성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베이징은 허베이성 주민들의 입경을 제한하는데, 왜 베이징의 확진자는 허베이성으로 보내지는가”라며 “(허베이) 본인들은 베이징의 ‘해자’라며 우쭐대지만 남들은 하수구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장자커우 사람들은 돌아갈 수도 없는데, 베이징의 ‘할아버지’들은 장자커우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비판한 글도 있었다. 외부에 나갔던 장자커우 주민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장자커우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베이징 주민들을 좋은 숙박 시설에서 격리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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