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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기자수첩] 협치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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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마지막 퍼즐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명 43일만에 결국 자진사퇴했다.

앞서 마찬가지로 '아빠 찬스' 및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 심사 중 부적절한 장소에서 접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지난 3일 자진사퇴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다.

더불어민주당은 정 후보자의 자녀의 의대 편입, 병역 의혹 등 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에 대해 일찌감치 '부적격' 판정과 함께 임명에 강하게 반대하며 정부여당과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다.

국민의힘도 지방선거를 의식한 듯 정 후보자 임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히며 우회적으로 사퇴를 압박했다.

결국 정 후보자는 23일 밤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고, 여야 협치를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며 사퇴의 변을 밝혔다.

아울러 정 후보자는 본인과 자녀들을 향해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법적으로 또는 도덕적·윤리적으로 부당한 행위가 전혀 없었고, 오직 국민의 눈높이가 부족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사퇴 시점과 사퇴의 변을 보자니 씁쓸하다. 민주당이 지난 20일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에 협조하면서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예견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재송부 시한이 지난 9일까지였던 것을 감안하면, 정 후보자는 결국 한 총리 후보자의 인준을 위한 협상 카드로 쓰인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됐다고 보여진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출근길에 기자들과 여러 차례 만난 자리마다 정 후보자의 거취와 관련한 질문은 이어졌으나 유독 말을 아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협치에는 조건도, 거래도 없어야 한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도, 정치권도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의 일상 회복과 물가 상승 등 민생 문제 해결을 비롯해 새롭게 재편되는 신냉전 시대의 국제질서에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최우선 과제로 비전 제시와 함께 조건 없는 협치에 나서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야당에 보였던 협치의 모습을 이어가길 바란다. 더불어민주당도 야당답게 정부를 견제하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사안에는 건강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협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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