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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의 한계 느껴보라는 유세차 소음…전투기 소리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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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차 선거운동 소음 규제 첫 선거

확성장치 127∼150㏈로 제한돼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유세차 문화

영·미와 달리 선거운동 규제 많은 영향

일본에서는 ‘#선거카 시끄럽다’ 운동도


한겨레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9일 오전 울산시 남구 공업탑로터리에서 각 후보의 유세차와 선거 운동원들이 자리를 잡고 유세를 펼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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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자택에서 재택근무를 하던 회사원 김은지(29)씨는 최근 근무 중 창밖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구호에 좀처럼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 김씨를 방해한 것은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유세차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김씨는 “날씨가 좋은데 창문도 열 수 없다. 어떤 후보의 유세차인지, 그가 무슨 공약을 냈는지도 알 수 없는 시끄러운 노래가 과연 유권자의 판단에 도움이 되는 거냐”라고 했다.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이나영(30)씨도 “재택근무로 화상 회의를 하는데 창문을 닫아놔도 선거운동 소리가 나서 (화상 회의 플랫폼)마이크를 계속 껐다 켰다 반복했다”며 “주말에는 인근 호수공원으로 쉬러 갔는데 그곳에서도 유세차 소음 때문에 대화하기 어려워서 조용한 카페를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지난 19일부터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며 유세차 스피커 소리도 돌아왔다.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보다 유세로 인한 소음에 유권자들이 피로감을 더 호소하는 선거다. 서울시장 등 17명의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을 비롯해 시장, 군수, 구청장, 시·도·군·구의원까지 뽑다 보니 한 지역구에서 하루에만 10명이 넘는 후보가 선거 유세에 나선다.

이번 지방선거가 이전과 다른 것은 선거운동 소음규제가 적용되는 첫 선거라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12월27일 확성장치의 소음규제 기준을 정하지 않은 공직선거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12월 확성장치의 소음규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라 자동차에 부착한 확성장치는 정격출력 3㎾(킬로와트), 음압수준 127㏈(데시벨)을 초과해서 안 되고 휴대용 확성장치는 정격출력 30W(와트)를 초과할 수 없다. 단 대통령 선거와 시·도지사 선거는 차량 부착 확성장치의 경우 정격출력 40㎾와 음압수준 150㏈까지, 휴대용 확성장치는 3㎾까지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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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거리에 후보들의 펼침막이 걸려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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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음 허용치가 높은 편이라 이전과 다를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동차 확성장치의 기준이 되는 127㏈은 열차가 지나는 철도변 소음(100㏈)은 물론 전투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음(120㏈)보다도 높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지정한 확성기 소음 기준(주간 기준 65∼75㏈ 이하)보다도 한참 높다. 규제가 약한 데에는 직접 선거운동에 나서야 하는 의원들의 우려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이 논의됐던 행정안전위원회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록 등을 살펴보면 의원들은 ‘농촌 지역에서는 소음규제를 하면 선거운동이 어려워진다’, ‘(규제를 강하게 하면 다른 국회의원에게) 욕먹을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쪽은 정개특위소위에서 상한선을 127㏈로 정한 것과 관련해 “WHO(세계보건기구)가 사람이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자기를 견뎌낼 수 있는 정도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지난 19일부터 이날 정오까지 전국에서 유세 소음 관련 112 신고가 1241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재할 방안은 마땅치 않다. 집회·시위와 달리 유세차는 장소를 이동하며 다니기 때문에 신고 직후 소음을 측정하기 어렵다. 선관위는 사전에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기준에 맞는 확성장치를 승인하고, 소음 민원이 들어오면 확성장치가 이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는 수준에서 대응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과태료가 부과된 후보는 없다”며 “소음 민원이 들어온 곳이 주택가나 병원, 도서관일 경우 후보자에게 협조를 부탁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소음을 유발하는 선거차 유세는 선거운동 규제가 엄격한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문화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선거운동을 위한 호별 방문이 허용되지만 한국에선 이를 금지하다 보니 유세차와 확성기를 통한 선거운동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일본도 ‘선거카(car)’로 불리는 유세차가 유발하는 소음으로 인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019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는 트위터에서 ‘#선거카 시끄럽다’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으며, 시민의 불편에도 유세차를 사용하는 정치인들을 비판하며 유세차 보이콧을 선언한 기초지방의원 출마자도 있었다.

다만, 현행 선거제도에서 후보자가 자신을 알리는 방법이 많지 않다 보니 무조건 규제를 하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거대 정당 틈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소수 정당 후보들은 확성기와 발품을 파는 선거운동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 선거운동 규제가 많다 보니 유동인구가 많은 골목과 대로변에서 확성기와 유세차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유세차는 이미 선거 시장에서 하나의 산업이 됐고, 후보자들도 유세차 운동이 효과가 없다는 걸 알지만 다른 후보가 다 하니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자신의 지역에 소음을 유발하는 후보자는 찍지 않겠다는 식의 현수막을 내걸거나 선언하는 것이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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