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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이냐 영토냐…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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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부 장악력 키운 러시아, 전력 손실 고려해 “회담” 강조

젤렌스키 등 대화론에 “완전한 주권 회복 필요” 반대도 팽팽

경향신문

떠날 수밖에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포크로우스크에서 2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격을 피해 주민들이 피란 열차를 타고 있다. 포크로우스크는 돈바스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군의 집중 포격을 받고 있다. 포크로우스크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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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기 위한 평화회담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서방국가들 내에서는 휴전에 대한 찬반 양론이 갈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일부 영토들을 러시아에 넘긴 채 휴전을 할 수 없다는 입장과 전쟁 피해를 줄이려면 지금이라도 신속히 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게 된 것이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평화협상의 러시아 측 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실 보좌관은 22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우리는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하지만 나는 공이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회담이 중단된 것은 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회담을 거부한 적이 없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를 거듭해서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이 발발한 뒤 화상으로 정기적인 평화협상을 벌였으나 지난 3월29일 5차 회담 이후부터는 우크라이나 부차 지역에서의 민간인 학살 의혹이 불거져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다.

러시아가 다시 협상을 강조한 데는 최근의 불리해진 전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4월 중순부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공격을 집중한 결과 남부 마리우폴 항구를 장악하는 등의 전과를 거뒀다. 전체 면적이 2만5000㎢인 루한스크주에서 친러시아 세력이 장악한 지역은 전쟁 전 1만㎢가량이었으나 현재는 2만㎢ 이상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영토를 확보한 채 휴전한다면 러시아로서는 소기의 성과를 남길 수 있다. 러시아는 전력 손실이 누적돼 전쟁의 지속 가능성에도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일부 서방국가들도 최근 휴전 필요성을 거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1일 “러시아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에서 항전하던 우크라이나 병력들을 죽이지 않는 한 대화를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앞서 즉각적인 휴전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럽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등 경제적인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넘긴 채 전쟁을 중단해선 안된다’며 휴전론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쟁은 반드시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고 적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의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영토를 1㎝라도 내줘서는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만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휴전 반대론에는 향후 전황에 대한 우크라이나 일각의 낙관론도 작용하고 있다. 루한스크에서 다소 손실을 봤지만 제2 도시 하르키우를 수복했고, 전략 부재와 병력 손실 등 러시아군의 난맥상도 여전해 향후 전황이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판단이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러시아에 대한 양보는 평화로 가는 길이 아니라 전쟁을 몇년 미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우크라이나의 휴전 논의는 전황 변화와 주변국들의 이해관계에 맞물려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군은 현재 루한스크에서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마지막 대도시인 세베로도네츠크를 포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러시아는 이곳의 장악을 위해 또다시 고립작전을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도시가 새로운 마리우폴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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