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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추격전에 칼침까지...부산 조폭간 영화같은 집단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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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칠성파와 20세기파 간 다툼을 소재로 한 영화 ‘친구’의 포스터.


심야시간 승용차 2대에 나눠타고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해운대 유흥가를 누비다 공격할 상대 조직원을 발견, 광안대로 위에서 차량 추격전을 펼친다. 차량 안에 탄 조폭들은 야구방망이, 회칼 등을 들고 있다. 광안대교를 지나 부산의 또다른 번화가인 부산진구 서면 주변 도로에서 2대 차량이 다른 승용차의 앞뒤를 가로 막고 그 안에 탄 상대 조직원을 끌어내고…

조폭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광경이 1년 전 부산서 벌어졌다. 부산의 최대 폭력조직 칠성파 행동대원들이 사소한 시비 끝에 20세기 조직원에게 속칭 ‘칼침’을 놓는 등 집단 보복을 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칠성파와 20세기파는 1960년대 이후 헤게모니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견원지간의 양대 부산 폭력조직이다. 2001년 개봉돼 당시 사상 최대의 관람객 기록을 세운 영화 ‘친구’의 소재도 이들 조직간 암투였다.

이 사건 이후 주범인 A(26)씨는 검찰에 붙잡혀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최근 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칠성파 조직원인 A 씨는 지난해 5월 7일 0시쯤 친구의 생일을 계기로 B(24) 씨 등 8명과 부산 해운대구 주점에 모여 축하 파티를 했다. B 씨는 20세기파 소속 행동대원이다. 이들은 1시간 20분쯤 뒤 노래방으로 옮겨 축하 자리를 이어갔다.

그러나 노래방에서 시비가 붙었다. 일행 중 한 명인 C 씨가 술에 취해 다른 일행 D 씨에게 5만 원권 지폐를 덮은 술잔을 건넸고 모욕감을 느낀 D 씨가 욕설을 하면서 두 사람은 치고받으며 다퉜다. 이들은 노래방 건물 밖으로 나가 계속해서 싸움을 벌였고 B 씨가 “니가 D에게 휘두른 주먹에 내가 맞았다”며 노래방에서 가지고 나온 맥주병으로 C 씨의 머리를 내리쳤다.

이 모습에 격분한 A 씨가 B 씨의 몸을 발로 차고,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B 씨와 다른 일행 2명이 이에 맞서자 A 씨는 자신의 아우디 승용차와 휴대전화, 가방 등 소지품을 현장에 둔 채 달아났다. 이들의 충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세기 조직원 B씨가 이날 새벽 3시40분쯤 온라인에 ‘뚜드리 쳐맞고 티끼지 말고 저나받아라. ○○○○야’라고 글을 올린 뒤 A 씨의 아우디 승용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이를 안 A 씨는 화가 나 이내 지인의 휴대전화로 승용차 2대와 후배 조직원 4명을 소집했다. 자신의 차를 되찾고 B 씨에게 보복하기 위해서였다.

흉기와 둔기를 준비한 이들은 2대의 차량에 나눠타고 B씨를 쫓았다. 현장 부근에서 B씨가 탄 아우디승용차를 발견하고 추격을 시작했다. 해운대에서 광안대교로 올라가 광안리 방향 도로 위에서 앞을 가로 막는 등 아우디승용차를 강제로 세우려 했으나 실패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이들은 부산진구 한 아파트 옆 고가도로 인근 거리에서 신호를 받고 정차 중인 B 씨의 아우디 차량 앞뒤를 가로막았다.

그 뒤 B 씨를 차에서 끌어 내린 뒤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주먹과 발로 여러 차례 폭행했다. 이어 흉기로 B 씨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여러 차례 찔렀다. B 씨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도망치자 둔기로 그의 몸을 수 차례 때렸고 다시 쓰러지자 A씨는 재차 흉기로 허벅지를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11단독 김유신 판사는 “A씨의 범행은 그 수법이 대단히 위험하고 잔혹할 뿐만 아니라, 보복을 목적으로 한 범행이라는 점, 누범기간 중의 범행이라는 점에서 그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며 “게다가 피고인은 자신이 속한 폭력조직의 후배 조직원들을 소집해 피해자를 쫓아가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도록 지시하는 등 범행을 주도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칠성파는 1960~70년대 중구 남포동 등의 유흥가와 오락실 등을 장악해 지하세계를 주름잡았던 부산 최대의 폭력조직. 일본 야쿠자 조직과 의형제 관계를 맺는 ‘교다이 사카즈키’ 의식을 갖기도 하고 한때 서울 진출을 시도하는 등 전국적 유명세를 탔다. 20세기파는 1960년대부터 칠성파와 경쟁하며 이합집산을 거쳐 1980년대 중반 신20세기파 등으로 발전, 90년대엔 칠성파와 엇비슷할 정도로 세력이 커지기도 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범죄와의 전쟁 이후 그 기세들이 많이 꺾였고 지난 2013년 양측 두목들이 모두 검찰에 구속되면서 양 계파가 와해된 듯 보였다. 그러나 밤의 세계에서 끈질기게 그 명맥을 이어가며 이번 사건과 같은 크고 작은 암투를 30~40년째 벌여오고 있다. 경찰은 “칠성파와 20세기파 등의 조직원 명단을 확보해 동향을 파악하는 등 계속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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