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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직접 에코백 만들고 폐그물 주워 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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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CEO들이 모였다

‘창업 부캐 프로젝트’서

에코백 만들어보고

해양오염 심각성 알리는

그립톡 제작 판매까지…

자기주도성 키우는 기업가정신

“나도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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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7일 아산 유스프러너에 참여한 밀알두레학교 ‘아라바오’ 팀 학생들이 기획 회의를 하고 있다. 아산나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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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제가 스스로 무엇인가를 이끌어내고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게 제일 뿌듯해요.”

지난해 아산 유스프러너 ‘창업 부캐 육성 프로젝트’(이하 창업 프로젝트)에 참여한 지예은(천안동성중 2) 학생의 말이다. ‘부캐’는 ‘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뜻하는 신조어로, ‘부캐릭터’의 준말이다.

지예은 학생은 친구인 방지선, 오성주, 박찬수 학생들과 함께 ‘오나성분’이라는 팀을 만들어 ‘추억을 담은 프린팅 에코백’ 창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오나성분’은 ‘완성분’의 오타인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미완성의 꿈을 완성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예은 학생이 참여한 창업 프로젝트의 내용이 제법 충실해 지난 1월14일에는 학교 대표로 서울에서 열린 ‘아산 유스프러너 데모데이’ 발표자로 나섰다. 지예은 학생은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적성을 찾았다고 말했다. “스스로 조금 내성적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과 수많은 회의를 하고 제품을 기획·제작·판매해보니 어느 순간 제가 자신감 있게 대화하고 있더라고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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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4일 오후 천안동성중학교 ‘오나성분’ 팀의 지예은 학생이 아산 유스프러너 데모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아산나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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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엇을 ‘완성’해볼까?

‘오나성분’ 팀을 비롯한 천안동성중의 여러 학생이 창업과 도전에 관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진로 교과를 담당하고 있는 천안동성중 김경민 교사는 자유학년제 기간을 이용해 중1 학생들에게 협업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자기주도적 태도를 만들어주고 있다. ‘기업가정신’을 통해서다.

기업가정신은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기업가가 갖추어야 할 자세나 정신을 이른다. 안 좋은 뉴스에 오르내리는 일부 기업가들의 모습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기업가정신의 본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윤리적 가치관을 뿌리로 자기 일에 책임을 다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말한다.

‘오나성분’ 팀은 창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온·오프라인 회의를 활발하게 열었다. 발견하거나 해결하고자 한 문제, 해결 방안 및 실행 과정, 경쟁 업체와의 차이점 찾기, 우리 팀의 마케팅 전략 설정, 판매·활동·홍보 등 모든 과정을 친구들과 조율하며 진행했다.

프린팅 에코백을 누가 살 것인지 ‘고객 페르소나 설정하기’ 단계를 통해 목표를 구체화하면서 신문 기사와 뉴스도 챙겨보게 됐다. 요즘 트렌드를 창업 프로젝트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오나성분’ 팀은 전교생이 소통할 수 있는 밴드와 에스엔에스(SNS) 등을 활용해 판매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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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동성중 ‘오나성분’ 팀 학생들이 만든 ‘추억을 담은 프린팅 에코백’ 창업 프로젝트 보고서. 아산나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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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예은 학생은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을 에코백에 프린팅해달라는 고객이 기억에 남는다”며 “시행착오를 거쳐 열 전사지를 이용해 직접 제품을 완성했다.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뿌듯했다”고 말했다. 하나의 물건이 기획, 제작, 홍보, 판매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단가를 계산하고 수익률을 가늠했다. 경제·금융 교육도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다.

김경민 교사는 “진로 과목을 가르치다 보면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말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다. 교사로서 안타까울 때가 많은데, 기업가정신을 배워보면 아이들이 주변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보려는 ‘촉’이 생긴다”고 말했다.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한 기획안을 짜고 친구들과 토론하기 시작하죠. 요즘 학생들은 미디어 세대인 만큼 꿈이나 진로를 영상을 보듯 흘려넘기는 경우가 많아요. 진취적으로 들여다보고 탐구하려는 노력 자체를 조금 힘들어합니다. 한데 한 학기라는 긴 호흡을 들여, 수업시간에 창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너무 흥미로워해요. 학생 자신이 지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감정과 작은 성취감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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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동성중학교 학생들이 ‘창업 부캐 육성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아산나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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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해보니 재밌더라고요”

아산나눔재단의 기업가정신 프로그램 중 ‘실리콘밸리 히어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밀알두레학교 학생들은 해양오염의 심각성에 주목했다.

이 학교 고등학교 2학년인 한정찬, 김하나, 김유니아, 장혜연, 이레, 임현성 학생은 ‘아라바오’라는 팀명으로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는 ‘업사이클링’(새활용품) 제품을 만들었다. 직접 인천 을왕리 바닷가에 찾아가 폐그물 등을 수거해 가방을 만들어보고 조개껍데기와 ‘시 글래스’(Sea glass, 버려진 유리 조각이 오랜 시간 파도와 모래에 마모되면서 조약돌처럼 바뀐 것)를 활용한 그립톡을 제작하며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했다.

‘아라바오’ 팀의 해양오염 알리기 활동과 창업 취지에 공감한 고객들이 펀딩에 참여하며 100만원의 수익도 올렸다. 이 팀은 수익금 일부를 세계자연기금(WWF)에 기부했다.

이 프로젝트가 단번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수많은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교내 다른 팀들과 고민하며 실용화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추려나갔다.

한정찬 학생은 “폐그물을 직접 주우러 갔는데 가방 제작 실용화 단계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어떻게 하면 더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사람들이 늘 사용하는 휴대폰에 주목했다”고 했다. “기왕이면 매일 보는 휴대폰에 저희 제품이 부착돼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러면 자연스레 ‘스몰 토크’ 주제로 해양오염의 심각성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도 더 많이 생길 것 같았고요.”

한정찬 학생은 “창업이라고 하면 되게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나중에 정보보안 분야의 창업을 꿈꾸게 됐다. 딥페이크(불법 이미지 합성물) 문제 등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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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두레학교 ‘아라바오’ 팀 학생들이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시 글래스’(Sea glass) 등을 활용해 만든 그립톡(왼쪽)과 폐그물 활용 가방. 학생들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얻은 수익 일부를 기부했다. 아산나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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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부여 통해 자존감 다지는 교육

아산 유스프러너는 아산나눔재단의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이다. 전국 중·고등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 역량을 키워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창업 부캐 프로젝트, 실리콘밸리 히어로 프로그램 등 학교가 선택해 지원하면 된다.

한 학기 동안 이 교육에 참여한 우수 학생들의 결과 공유회도 데모데이 형식으로 진행한다. 지난해 1, 2학기 아산 유스프러너 교육에 참여한 전국 60개 중·고등학교 300개 팀(1200명)의 학생들 중 9개 팀을 선발해 데모데이도 열었다. 학생들은 마치 스타트업 회사의 대표가 된 것처럼 자신이 참여한 팀 프로젝트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성장 스토리를 ‘스피치’ 형식으로 발표한다.

기업가정신을 교육 현장에 활용하면 아이들은 무기력함에서도 벗어난다. 특히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온라인 수업에 어쩔 수 없이 익숙해졌던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협력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힘을 얻는다. 절로 동기부여가 되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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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동성중학교 학생들과 김경민 교사(맨 오른쪽)가 진로 수업에서 창업 프로젝트 회의를 마친 뒤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아산나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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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교사는 “아이들에게는 동기부여가 참 중요하다. 아직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학생들도 ‘나 중심’이 아니라 ‘우리’가 왜 협력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며 “어른들이 볼 때는 작은 경험이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성공담이 되고 탄탄한 자존감이 된다”고 말했다.

자기주도적 진로교육의 하나로 김 교사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도전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4주 동안의 방학 기간에 ‘취미에서 특기로 만들고 싶은 것’을 정해 미션과 가이드라인을 주는 방식이다.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면 아이들도 자신의 하루를 더욱 적극적으로 계획한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빵 만들기가 취미였던 학생은 제빵 자격증을 따온다. 악기가 취미였던 학생은 유튜브 채널에 연습 과정을 올리는 등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거치며 몽상가에서 실천가가 된다.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한 창업 프로젝트, 실리콘밸리 프로젝트 등은 다양한 방식으로 교과 연계 수업이 가능하다. 진로 교과는 물론 사회 여러 계층과 협력적 관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사회·도덕 교과, 제품 개발과 문제점 해결이라는 측면에서는 과학 교과,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말하기를 해본다는 점에서는 국어 교과의 여러 단원과 연계할 수 있다.

김 교사는 “‘실패해도 괜찮다. 나도 하면 된다’라고 느끼는 지점이 진로 설정에서도 참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사인 저도 기업가정신, 창업과 도전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평생학습 시대에 새로운 것을 긍정적,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능력이거든요.”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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