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공동성명 절반이 ‘글로벌 전략동맹’… 中·러 견제 뚜렷해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韓美 정상회담] 韓·美, 동북아 넘어선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

한미 정상은 이번에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같은 공동의 가치에 확고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한미 간 글로벌 포괄 전략 동맹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했다. 양국이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주도의 다자(多者) 안보 협의체 ‘쿼드(Quad)’에 관심을 표시한 것을 들어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미 동맹의 중국 견제 성격이 더 뚜렷해졌다”는 얘기도 나왔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2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목적은 중국을 봉쇄하고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미국 패권을 위한 졸(卒)로 삼으려는 것”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한미는 전날 발표한 8705자 분량의 공동 성명 중 4014자(46%)를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과 관련된 구상과 액션 플랜을 밝히는 데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국이 동북아 외 여타 지역에서 자유·평화·번영 증진을 위해 확대된 역할을 하겠다”는 이른바 ‘글로벌 중추 국가 구상’을 설명했고, 중국과 러시아 등에 맞서 서방·자유 진영 간 결속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70분 넘게 진행된 3대3 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굉장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한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계속되는 공격으로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가 증가하는 위협에 직면했다”며 “러시아의 일방적인 추가 공격을 반대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금융 제재·수출 통제 조치의 효과적 이행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성명에는 ▲기후변화 공동 대응 강화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보건 협력 ▲인터넷 및 사이버 안보 분야 공조 같은 내용들도 두루 담겼다. 한미 동맹이 북한의 핵·미사일 같은 한반도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고,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해 더 강력하게 공통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 견제 성격으로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중국 견제 성격을 분명히 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해 23일 공식 출범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대해 “개방성·투명성·포용성 원칙에 기초해 긴밀히 협력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날 열리는 IPEF 고위급 화상회의에도 참석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쿼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관심을 환영했다”는 문구도 성명에 담겼다. 이번 성명에는 중국이 민감해하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과 관련, “안정 증진과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조선일보

선물 주고받은 韓美정상 -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서안(書案·위쪽 사진). 사대부가 손님과 얘기할 때 사용하던 것으로 두 정상의 소통이 원활하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래 사진은‘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라고 적힌 명패로,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대통령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 언급이 금기시됐던 ‘한·미·일 3국 간 군사 협력의 중요성’도 두 차례 언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간 굉장히 가까운 군사·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다”며 22~24일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관련 논의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다만 김성한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 3국 간 연합 훈련에 관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또 왕윤종 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은 IPEF와 관련, “이번 회담에서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한다는 단 한 번의 논의도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왕이 부장은 이날 파키스탄 외무장관과의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IPEF에 대해 “분열과 대결을 조장한다면 반대한다”고 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서도 “패거리를 조직하고 소그룹을 결성하려는 시도”라며 “어떻게 포장하든 결국에는 실패할 전략”이라고 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