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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코로나 방역 이유로 집회 전면금지, 구청이 소송비용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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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목적 등 충분한 고려 없이

일정 장소 집회 막은 중구청 패소


한겨레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노점상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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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이 코로나19 방역 조치 일환으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면서 충분한 고민 없이 집회를 전면 금지했다면, 관련 소송 비용은 구청이 부담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서울중부노점상연합 소속 ㄱ씨가 서울 중구청장을 상대로 낸 집회집합 금지구역 지정취소 소송에서 “소송비용은 피고인 중구청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ㄱ씨의 집회 금지 취소 주장은 현재 집회 금지 조처가 해제된 상태라 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했다.

ㄱ씨는 2021년 4월14일부터 5월12일까지 중구청 앞 인도에서 ‘노점상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연다고 신고를 하고 4월14일부터 집회를 열었다. 그런데 중구청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해당 구역에서 집회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고시를 시행하면서, ㄱ씨는 5월3일부터 집회를 열 수 없었다. 이에 ㄱ씨는 “고시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집행정지 신청 및 본안소송을 냈다. ㄱ씨는 “중구청이 주요 구역에서의 집회를 전면 금지한 것은 과도한 제한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조처”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5월11일 ㄱ씨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고, ㄱ씨는 사전 신고를 한 12일까지 집회를 열었다. 이후 중구청은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던 지난해 11월 초 집회금지 고시를 해제했다.

중구청은 “ㄱ씨가 신고했던 집회 기간이 지났고, 금지 고시도 해제됐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소송을 각하했다. 다만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은 중구청이 부담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집회는 생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 위해 개최한 것이고, 참가 예정 인원이 9명이었다. 개최 목적에 비추어 봐도 대규모 집회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고시에 의해 집회를 전면 금지해야 할 만한 구체적 사정이 증명되지 않았고, 집회의 자유를 최소한으로 제한할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충분히 방법을 강구했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집회 장소의 중요성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중구청은 개별적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구청 주변 도로 구역 전체를 집회금지 장소로 지정했다”며 “누군가에게 집단적인 의사표현을 하고자 하는 경우 집회의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집회의 자유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항의를 위하여 선택된 장소는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며 그 장소에서 집단적 의사표현이 이루어질 수 없다면 사실상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될 수도 있게 된다”고 밝혔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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