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대통령실 '컴백'이다. 다시 대통령의 참모가 된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현재 형사재판의 피고인이다. 2심까지 재판을 마쳤고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김 차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문제는 김태효 차장에 대한 유·무죄의 다툼이 아니다. 법원이 김 차장에게 죄를 물은 근거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1·2심 재판부는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줬기 때문에 김 차장에게 유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대체 어떤 범죄 증거를 확인했기에 재판부는 김 차창을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미친 피고인'으로 규정한 것일까?
최종심이 남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준 '형사 피고인'을 국가안보실에 앉혔다. 임명 배경에 대한 설명도 따로 없다. 윤 대통령의 이런 인사를 어떻게 봐야 할까?
기존의 언론 보도를 정리하면, 검찰은 2018년 3월, 김태효 차장을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을 통한 정치관여,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세 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정치관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나머지 두 개 혐의와 관련해서는 벌금형 등 유죄 판결을 내렸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내용이다.
뉴스타파는 더 조사하기로 했다. 김태효 차장이 구체적으로 왜 기소됐으며, 법정에서 드러난 유죄의 실체는 무엇인지, 그와 연관된 재판 기록물을 확인했다. 특히 사법부가 김 차장을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미친 피고인으로 단죄한 이유를 쫓았다. 그리고 김 차장이 '대한민국 국가안보를 총괄할 자격을 갖춘 공직자인지'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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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새 정부의 안보 전략을 총괄할 국가안보실 인사를 단행했다. 국가안보실장에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1차장에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차장에는 신인호 카이스트 을지국방연구소 소장을 각각 임명했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국가안보실장을 보좌하는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National Security Council) 사무처장을 겸임하며 안보 정책을 총괄·조율하는 요직이다. 김태효 차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안보 실세'로 통했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대외전략비서관(2008.3.~2012.1.), 대외전략기획관(2012.1.~2012.7.)을 연이어 지냈다. 2012년 7월, 공직에서 물러나 대학 교수로 돌아갔다가 윤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10년 만에 대통령실 고위공직자로 '컴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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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차장은 현재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을 통해 정치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포함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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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연구실에서 대통령비서실 무단 유출 문건 41건 무더기 발견
2017년 11월 28일, 검찰은 김태효 차장이 재직 중이던 성균관대 교수 연구실을 압수수색했다. 수사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지휘했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압수 수색 대상으로 '피의자', 즉, 김 차장이 '소지 또는 사용하고 있는 대통령비서실에서 유출한 보고서, 서류, 문건 등 자료 일체'가 적시됐다.
압수 수색 결과, 김태효 차장의 교수 연구실에서 그가 대통령비서실에서 가지고 나온 것으로 보이는 문서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검찰이 가져온 문서의 양은 수백 페이지였다. 대체 어떤 문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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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차장은 심지어 ④ 전군을 지휘하는 합동참모본부에서 생산한 '군사 2급 비밀' 문서도 청와대 밖으로 무단 반출했다. '북, 평양 10만 세대 건설 추진 관련 동향 분석'이다. 이 비밀 문건에는 평양 시내 위성 사진 등에 대한 군 정보기관의 분석이 상세히 들어있다.
이렇게 김태효 차장이 청와대 밖으로 유출한 문서는 모두 41건이다. 분량으로는 수백 페이지였다. 적법한 보안 절차 없이, 군과 국정원 등이 생산한 비밀 문서를 청와대 밖으로 무단 반출한 것이다.
김태효 "이삿짐 싸면서 비밀 문건이 섞여 들어갔다"
압수수색 4개월 뒤인 2018년 3월, 검찰은 김태효 차장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긴다. 재판에서 김 차장은 고의로 기밀을 유출한 것이 아니라고 변명했다. "청와대를 나오면서 싼 이삿짐에 문제의 문건들이 실수로 섞여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피고인(김태효)은 2012. 7. 13.경 대외전략기획관을 사임하여 청와대에서 나오면서 공소사실 기재 문건들이 다른 이삿짐과 섞여 있는지를 알지 못한 채 가지고 나온 것이고, 고의로 위 문건들을 유출하거나 점유한 사실이 없다.하지만 재판부는 김태효 차장의 주장을 조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밀 문서를 고의적으로 무단 반출했다는 사실이 넉넉하게 인정된다고 밝혔다.
- 피고인(김태효) 및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실에서 기밀을 고의로 가지고 나와서 피고인의 대학교 사무실에 이를 보관하고 있었음은 넉넉히 인정된다.유죄의 근거는 명확했다. 재판부는 각 문건의 표지 등에 '군사 II급 비밀(SECRET)', '3급 비밀', '대외비', '대외 보안 요망' 등 문서의 등급이 명확하게 표시돼 있어 무단으로 유출해서는 안 되는 기밀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고합297
피고인은 대외전략기획관의 업무 특성상 청와대에서 근무할 당시 대외에 공개되지 아니한 기밀문서들을 많이 취급하였는바, 직을 마치고 청와대에서 나가는 과정에서 유출하여서는 안 되는 군사기밀, 대외비 문서들을 선별하고 확인하며 짐을 꾸렸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외관상 군사기밀, 대외비 문서임을 명백하게 알 수 있는 이 사건 문서들을 단순한 부주의로 다른 이삿짐과 함께 가지고 나왔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더구나 재판부는 이삿짐에 실수로 섞이기에는 청와대에서 유출한 문건의 양이 많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차장이 빼돌린 문서의 양은 모두 41건, A4 기준으로 200여 쪽이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고합297
이 사건 문서와 함께 압수된 41건의 문건들은 모두 피고인이 청와대에서 가지고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다른 짐과 함께 실수로 가지고 나왔다고 보기에는 200여 쪽에 달하여 그 분량이 상당하다.1·2심 재판부 "피고인 김태효, 국가안보에 미친 악영향 상당하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고합297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김태효 차장이 고의로 국가 기밀문서를 청와대에서 들고 나왔다는 것을 인정했다. 1심, 2심 재판부 모두 김 차장에게 죄를 물으며 이렇게 지적했다. "대한민국의 안보라는 막중한 임무를 사적인 목적으로 저버렸다." 즉, 김 차장이 공과 사의 구별은커녕, 안보는 뒷전이고 사익을 챙겼다는 뜻이다.
피고인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대외전략기획관으로 근무하면서 대한민국의 안보와 관련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외전략기획관에서 사임하여 청와대 사무실에서 나오는 과정에서 사적인 목적으로 군사기밀을 함부로 가지고 나와 자신의 대학교 사무실에 보관하였다.재판부는 이처럼 기밀문서를 무단으로 반출한 것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 행위라고 판단하고 김태효 차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김 차장의 기밀문서 무단 반출 행위가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 서울고등법원 2019노772
피고인이 가지고 나온 군사기밀은 우리 정보기관이 북한의 경제 및 사회상에 관하여 분석한 자료들로써, 대외에 유출되는 경우 정보기관의 첩보망과 상황 분석이 노출되어 국가안보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4년 전 검찰이 국가 비밀문서를 무단 반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과 2심 재판에서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미친 사실이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을 국가안보실 1차장에 다시 기용한 것이다. 심지어 당시 관련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대통령 자신이었다.
- 서울고등법원 2019노772
뉴스타파는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미친 기밀문서 무단 유출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인 김태효 씨가 고위공직자로서 국가안보를 총괄할 자격을 갖춘 인물인지, 이것이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상식'에 맞는 인사인지, 대통령실 강인선 대변인을 통해 김 차장과 대통령실의 입장을 물었다. 그러나 지금까지(5월 19일 기준) 답변은 오지 않았다.
김태효 차장은 국가 기밀문서를 무단 반출한 범죄 행위에 대해 반성이나 사죄 등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사법부가 지적한 대로, 국가안보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며 또다시 사적 욕심을 채우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할 수 있는가. 김 차장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어떤 공직자보다 국가 기밀문서를 많이 취급한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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