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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메디컬 푸어' 돕는다더니…文정부 지원, 朴 때보다 적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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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1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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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 의료 분야 사회 안전망 강화 방안으로 내세운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이 본격 가동된 지 5년째를 맞았지만, 이전보다 적은 500억원 수준의 예산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문 정부는 출범 당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일명 ‘문재인 케어’)과 함께 건강보험 사각지대인 비급여 의료비로 인한 ‘메디컬 푸어’를 막기 위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4년간의 지원액은 박근혜 정부 시절 한시적인 시범 사업을 진행했을 때보다 적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1인당)지원액과 지원 인원이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환자 단체들은 사업이 충분히 홍보가 안 돼 신청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데다가 과거보다 절차나 기준이 까다로워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文 정부, 메디컬 푸어 돕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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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적 의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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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적 의료비란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정부가 의료비 일부를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저소득층의 의료 이용 접근성을 높이려는 정책으로 소득 기준을 만족하는 환자에 한해 연 최대 4000만원까지 의료비를 지원한다. 해당 제도는 비급여 의료비까지 지원해주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는 지원책으로도 꼽힌다. 관련 사업이 처음 시작된 건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8월부터로 2017년까지 4대 중증질환에 대해 한시적 지원사업으로 시행됐다.

그러다 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에는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재난적 의료비 제도화 사업에 들어갔다. 대상 질환을 기존 4대 중증 질환 입원환자에서 모든 질환의 입원환자와 6대 중증질환 외래환자로 확대했다. 소득 기준도 기준 중위소득 80%에서 100% 이하로, 지원 한도는 연간 최대 2000만원에서 3000만원(2021년 11월부터는 최대 4000만원까지)까지로 늘렸다. 고액의 의료비 부담으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에게 안전망이 될 것이란 기대가 모였다.



4년간 예산 500억원 수준…이전 정부 때보다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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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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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7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2018년~2021년까지 재난적 의료비 지원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연도별 재난적 의료비 지원 현황을 보면 지난해 지원된 금액은 446억4300만원이다. 이는 ▶2018년 210억원 ▶2019년 259억원 ▶2020년 340억원보다는 늘었지만, 시범사업 단계이던 ▶2014년 730억원 ▶2015년 589억원에는 오히려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원 인원도 2021년 1만6913명으로 ▶2018년 8687명 ▶2019년 1만1142명 ▶2020년 1만3476명보다는 늘었으나 ▶2014년 2만4524명 ▶2015년 1만9291명보다 적다.



‘신청주의’ 원칙…“환자들 몰라서 신청 못해”



재난적 의료비 제도가 확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건 신청하지 않으면 지원해주지 않는 ‘신청주의’ 원칙에 따른다는 점이다. 환자는 퇴원 혹은 치료 종료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신청해야 하는데 기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지원제도 자체를 몰라서 신청조차 못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2019년 폐암 수술을 받아 재난적 의료비를 받은 권모(55)씨는 “암 수술을 했고 대상에도 포함되는데 건보공단도 그렇고 어디서도 알려준 적이 없었다”라며 “다행히 같은 병실을 썼던 다른 환자에게 귀동냥으로 듣고 신청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제도”라고 말했다.

절차와 기준이 까다로운 점도 환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점으로 지적된다. 권씨는 “건보공단 지사와 해당 병원에 다시 방문해 일일이 서류를 직접 다 떼야 했고 제출할 항목도 너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역협의회 회장은 “조건이 까다롭고 절차가 복잡해 환자들이 보통 상담하다가 포기한다”고 말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2017년까지는 기준중위소득 80% 이하 소득자는 200만원 이상 의료비가 발생하게 되면 지원대상이었는데 2018년 제도화 이후에는 중위소득 50~80%에 해당하는 대상자의 경우 의료비 본인부담금이 ‘200만원 이상이면서 연 소득 15%가 초과할 경우’라는 조건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시행 첫 해 예산 1500억원이었는데 500억원으로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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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중앙장애인위원장인 이종성 의원이 지난 4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와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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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자체가 많지 않다보니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의 예산은 5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행 첫해였던 2018년에만 해도 복지부는 대상 질환 및 지원대상을 확대했다는 이유로 예산을 전년도의 3배인 1505억원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그해 재난적 의료비의 예산 집행률은 14%에 머물렀다. 선정 기준 강화로 예산 집행이 210억원 정도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후 예산 집행률은 2019년 54.3%, 2020년 65.9%, 2021년에는 99.8%까지 올랐으나 예산액 자체가 1505억원에서 496억원→535억원→459억원으로 조정하면서 달성한 결과로 보인다.

안기종 회장은 “최대 4000만원 지원받을 수 있는데도 저소득층 환자들이 복잡한 절차와 홍보 부족으로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라며 “신청주의를 이어갈 거면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효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상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지 않은 걸 보면 제도화 초기 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 같다”라며 “적극적인 홍보를 하는 동시에 지원금 상한선을 올리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성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범 사업 때보다 못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더욱 두텁고 꼼꼼하게 지원을 확대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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