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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추가경정예산 편성

추경 빼면 올 2.4%성장…中봉쇄 장기화땐 내년 1%대 추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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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I 성장률 하향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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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 전망은 정부가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8일 KDI가 당초 정부의 올해 성장 전망(3.1%)과 물가 상승 전망(2.2%)에 비해 크게 악화된 분석 결과(2.8% 성장률, 4.2% 물가상승률)를 내놓으면서 다음달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저성장·고물가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앞서 26일 한국은행도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 눈높이를 크게 낮출 것으로 관측된다.

올 하반기 최대 경제 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가능성, 중국 경제 봉쇄와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따른 경기 충격이다. 이날 KDI가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은 국제통화기금(IMF)·한국경제연구원(2.5%), 무디스(2.7%) 등 주요 기관에 비해서는 높다. 하지만 여기에는 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36조4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인한 성장률 제고 효과가 상당 부분(0.4%포인트) 녹아 있다.

앞으로 공급망 충격 기간이 길어지면 교역, 투자 환경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올해 2%대 초반까지 성장 눈높이가 낮아질 공산이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수입물가 급등에 올 들어 10일까지 무역적자는 98억6000만달러가 쌓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무역수지가 79억2400만달러 흑자였다는 점에 비춰보면 교역 환경이 부쩍 나빠진 것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수출 한 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3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 역시 1년 새 6.3% 내리며 1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인 상황이 계속되면 성장률이 0.3%포인트 깎이고 물가는 1.1%포인트 오를 것으로 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1분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2분기부터는 수출 기여도가 더 많이 낮아질 것"이라며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서 수출이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봉쇄 역시 하반기 이후 한국 경제를 한층 짓누르게 될 요인이다. 이날 한국무역협회는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역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지역에 대해 8주간 전면 봉쇄 조치가 단행될 경우 올해 한국 성장률이 0.2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강내영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최종 수요가 한국 GDP에 기여한 비중은 7.5%로 해외 국가 중 가장 크다"며 "중국의 수입 수요가 줄면 대중국 수출은 물론 성장률 하락까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이날 KDI가 진단한 올해 경기 상황에도 불안한 구석이 많다. 올해 총투자(총고정자산형성) 증가율은 -0.8%로 예상돼 지난해(2.6%)에 비해 크게 뒷걸음친다. 설비투자(-4.0%), 건설투자(-1.3%) 등 기업 투자가 얼어붙은 데 따른 영향이 크다. 거리 두기 해제 등 영향에 민간소비가 지난해 3.6%에서 올해 3.7%로 회복되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상품 수출 증가율이 10.0%에서 4.3%로 반 토막 나고 경상수지가 883억달러에서 516억달러로 급감하는 등 전반적인 경제 표정은 좋지 않다.

이미 경기선행지표는 영하권에 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앞으로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해 9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다. 통상 경기선행지표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가 꺾이는 신호로 인식되는데 벌써 이를 3개월 이상 넘어선 것이다.

3월 재고출하지표 역시 -10.3%포인트로 6개월째 뒷걸음치며 경기 불황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재고출하지표는 전년 동월 대비 출하량증가율에서 재고증가율을 뺀 것으로 이 값이 낮아질수록 시중에서 팔리는 제품보다 창고에 쌓이는 물건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올해 성장률이 2%대 중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며 "내년에는 연간 성장률이 1%대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엄습하는 공급망 위기와 관련해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본격화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지렛대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공급망 위기 대응은 원자재·에너지의 수입처 다변화와 수출처 다변화라는 틀에서 접근하되 미국과 동맹국이 주도하는 경제안보협력체에 한국이 적극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파격적 감세로 기업의 투자를 확대하고 생활품 가격을 안정화하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원 실장은 "정부가 올해 법인세 최고세율(25%)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는 신호만 줘도 기업들이 기대감을 키우면서 선제적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며 "또 부가가치세율을 현행 10%에서 한시적으로 1~2%포인트 낮춰도 물가를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환 기자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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