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여 따르라" 尹 마스크까지 들썩...전례없는 '오월의 광주'[영상]

마스크가 들썩거렸다. 18일 광주 국립5ㆍ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양옆의 유가족과 함께 손을 맞잡고 불렀다. 보수 진영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끝까지 따라부른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지역 방문지로 광주를 택하면서 정치권에선 새 정부가 국민 대통합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10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추모탑과 묘역에 진입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뉴스1

이날 기념식에선 ‘전례가 없던 일’이 이어졌다. 오전 9시50분쯤 묘역 정문인 ‘민주의 문’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 ‘오월의 정신이 우리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위기와 도전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라고 적은 뒤 기념식 행사장까지 200m를 걸어서 입장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인 지난해 11월 10일과 지난 2월 6일, 두 차례 5·18 묘역을 찾았지만 반대 시위자들에 가로막혀 헌화와 분향 없이 묵념으로 추모를 대체했다. 하지만 이날 윤 대통령이 행사장까지 걸어 들어갈 동안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정문 부근에서 일부 시민이 “대통령님 여기 봐주세요”라고 외치자 윤 대통령은 돌아보며 오른손을 들어 두 차례 인사했다.

보수 정권 대통령이 민주의 문을 통과해 입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5ㆍ18 기념식에 참석한 이래 역대 대통령은 경호 등을 이유로 행사장 근처에서 하차했다. 2017년 5월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민주의 문을 통해 입장했다.

광주에서 열린 5ㆍ18 기념식에 보수 진영 인사가 총집결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날 기념식엔 윤 대통령을 비롯해 새 정부 대부분의 부처 장관,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99명이 참석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권 인사가 광주에 총집결한 것 자체가 최고의 통합 행보이자 메시지”라고 말했다.

기념식 내내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임한 윤 대통령은 기념사를 하기 위해 연대로 나가선 참석자들을 향해 두 차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우리는 민주 영령들께서 잠들어 계시는 이곳에 숙연한 마음으로 섰다”며 “고귀한 희생에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기념사 도중 모두 다섯 차례 박수가 나왔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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