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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떡볶이에도 와인 곁들이는 MZ세대…와인장터는 ‘치열한 전쟁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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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이마트 연 와인장터 매출 최고 2배↑

한정품은 새벽 오픈런에 완판…식지 않는 열기

업계, 1조4천억으로 성장한 와인시장 놓고 혈투

와인에서 출발한 주류사랑 위스키·샴페인까지


한겨레

보틀벙커 제타플렉스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소비자들 모습. 롯데마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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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10여개의 와인모임에 참여할 정도로 ‘와인 마니아’인 30대 직장인 천아무개씨는 5월 대형마트의 ‘와인장터’를 앞두고 2~3주 전부터 분주했다. 단골 지점의 와인 매니저에게 부탁해 할인 품목 리스트를 미리 받고, 원하는 와인을 골라 예약 요청을 했다. 천씨는 “각 지점 등급마다 공급되는 와인 종류와 물량이 다르기 때문에 가급적 여러 곳의 매니저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며 “예약과 관련한 민원이 폭증하다 보니 최근 일부 지점에선 아예 예약제 자체를 없앤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천씨는 “치열한 전투”를 치른 끝에 이번 장터에서 ‘샤또 바라드 2005’, ‘폰토디 키안띠 클라시코 2019’, ‘폰토디 키안띠 클라시코 그란셀레지오네 2018’, ‘샤또 올리비에 2014’ 등 6병을 구매하는 데 성공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지난 12일부터 앞다퉈 여는 ‘와인장터’는 최근 몇 년 새 2030세대에 불어닥친 ‘와인열풍’의 변화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년 전에는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초저가의 가성비 와인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다양한 가격대의 유명 브랜드 와인과 내추럴 와인은 물론 샴페인과 위스키까지 판매되는 등 점차 확장하는 ‘엠제트(MZ) 세대의 주류사랑’을 증명해주고 있다.

18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 12~15일 보틀벙커 제타플렉스점에서 연 올해 첫 번째 와인장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을 기록했다. 약 1천여종의 와인을 최대 반값에 판매한 이번 장터에서는 날자별로 준비한 한정 상품이 오픈 30분 이내에 모두 팔려나갔다. 이영은 보틀벙커팀장은 “특히 20만원대 ‘미국 나파 샤르도네 세트’ 상품의 인기가 뜨거웠다”며 “고가 와인에 대한 고객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역시 이날까지 일주일 동안 와인 1600여 품목을 최대 70% 할인하는 상반기 와인장터를 진행했다. 인기 품목 물량을 기존보다 20%가량 늘리고 쓱(SSG)닷컴 첫 온라인 와인장터까지 병행한 이번 행사에서는 오퍼스원(160병), 알마비바(300여병), 샤또 딸보(500여병) 등 일명 ‘줄서기 와인’(선착순 일별 초특가 상품)이 당일 오전 모두 완판됐다. 해외 판매가보다 2만원 이상 저렴하게 판매된 칠레산 블렌딩 와인 ‘산타리타 트리플C’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8배 이상 늘었다. 명용진 이마트 주류 바이어는 “지난해엔 1만원 이하 초저가 와인이 불티가 나고, 50만원 이상 초고가 와인을 구하는 소비자도 눈에 띄었던 ‘양극화’가 엿보였다면, 올해엔 2만~8만원대 상품을 중심으로 고르게 팔려나간 점이 특징”이라며 “그만큼 와인 시장이 다채로워지고 소비자의 취향도 다양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와인장터를 별렀다는 정아무개(26)씨는 “여자친구나 자신의 탄생연도에 맞춘 빈티지 와인을 구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다”며 “나는 보르도 와인을 좋아해 큰 맘 먹고 30만원대 후반 샤또 깔롱 세귀르 한 병을 득템했는데, 생일 파티를 하며 마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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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젊은 세대의 와인사랑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2018년 8천억원 수준이던 국내 와인시장은 2020년 1조원에서 지난해 1조4천억원까지 성장했다. 와인 수입액도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5억5981만달러로, 2020년 3억3002만달러에 견줘 1.7배 늘었다. 커지는 시장만큼 유통업계 경쟁도 치열해져, 롯데쇼핑은 올 3월 주총에서 사업목적에 주류소매업과 일반음식점을 추가하며 와인 전문 매장 ‘보틀벙커’ 키우기에 적극 나섰고, 신세계 역시 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미국 와이너리 셰이퍼 빈야드를 3천억원에 인수하며 와인사업 확대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와인 유통사를 설립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와인 유통 채널이 다양해지고, 초저가에서 초고가까지 가격대 역시 폭넓어지면서 와인은 이제 젊은 세대가 일상적으로 즐기는 ‘대중적인 술’이 됐다”며 “떡볶이와 김밥을 먹으면서도 와인을 마신다는 농담처럼 앞으로 와인에 대한 젊은층의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와인으로 달아오른 엠제트 세대의 주류사랑은 위스키와 샴페인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 와인장터에서는 이런 경향성도 두드려졌다. 롯데마트 와인장터에는 일자별 한정 판매를 했던 위스키의 인기가 뜨거웠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14일 풀리는 위스키를 구매하기 위해 고객들이 새벽 2시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는 등 오픈런 광경도 펼쳐졌다”며 “이에 ‘맥캘란 18년 쉐리캐스크'는 오픈과 동시에 완판됐으며, ‘히비키 하모니'는 오픈 1시간 만에 완판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이마트 와인 장터에서는 봄·여름 피크닉 시즌을 겨냥해 와인과 함께 준비한 샴페인 컬렉션의 인기가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샴페인 매출이 50% 이상 늘었는데, 5만원대 ‘떼땅져 리저브 브뤼’와 ‘상파뉴 샤를 까자노브 밀레짐’ 등이 특히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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