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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베이조스 “법인세와 인플레 엮지마라”… 바이든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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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vs 아마존 창업자, 高물가 원인·해법놓고 연일 설전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미국 내 인플레이션 원인 및 대책을 두고 연일 충돌하고 있다. 베이조스가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해 비판하자, 백악관은 16일(현지 시각)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아마존의 ‘반(反)노조 경영’ 및 법인세 등을 거론하면서 역공에 나섰다. 미 현지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고물가 원인 및 해법을 두고 백악관과 세계 최고 부호 간 설전이 격화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해법에 대한 다툼이 정부 권력과 재계(財界) 간 갈등 국면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충돌하는 바이든·베이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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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는 1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쓴 글에서 “법인세 올리는 것을 논의하는 건 좋다. 인플레이션을 안정화하는 것도 주요한 토론 주제”라며 “그러나 이 둘을 섞는 것은 잘못된 방향(misdirection)”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10일 트위터에 “부유한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면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고 한 것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법인세 인상과 인플레이션은 큰 상관관계가 없는데,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대기업에 떠넘긴다는 취지였다.

베이조스는 다음 날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경기가 과열된 상황에서 추가 부양책을 추진해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해 우리는 1년 만에 1조5000억달러(약 1917조원)의 재정 적자를 줄였다. 재정 적자를 줄이는 것은 인플레이션 압박을 완화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한 것에 대한 추가 반박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은 “정치적인 문제보다 개인 관심사와 사업에 대한 글을 올리던 베이조스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맞선 첫 번째 사례”라고 했다.

그러자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언론담당 부보좌관이 16일 성명을 냈다. “베이조스가 비판 트윗을 게재한 시점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마존을 포함한 노조 지도부를 만난 직후라는 게 놀랍지 않다”라고 했다. ‘무노조 방침’을 고수해왔던 베이조스가 바이든 정부의 친노조 정책에 불만을 갖고 행정부를 공격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 아마존, 스타벅스의 노조 간부 등 노동계 인사 40여 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지난달 초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의 아마존 창고 노동자들이 첫 노조를 결성하자, 아마존은 해당 창고 소속 간부 6명 이상을 해고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익명의 아마존 직원을 인용해 보도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베이조스)이 부유 기업에 정당한 몫(세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경제 어젠다’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큰 비밀이 아니다”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행정부는 베이조스가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고 노조를 약화시키려 한다는 것을 암시하면서 이례적으로 ‘개인적인 잽’을 날렸다”고 했다. 그러자 베이조스는 이날 또다시 트위터 글을 올리고 “노조도, 부자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다. 그들(백악관)은 주제를 흐리고 싶어 한다”고 했다.

백악관과 베이조스가 이 같은 논쟁을 벌일 정도로 최근 미국 내 인플레이션은 심각하다. 4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8.5%에 달했고, 지난달에도 8.3%를 기록했다. 경제 분석 기관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최근 “미국의 가계가 1년 전과 동일한 상품·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한 달에 341달러(약 43만원) 정도를 더 쓰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백악관과 베이조스 간 갈등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 경제 매체 인사이더는 “바이든 대통령이 베이조스라는 완벽한 ‘적’을 만났다”며 “지지자 대부분이 베이조스를 싫어하는 상황에서 바이든에게 억만장자만큼 좋은 ‘정치적 악당’은 없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인플레이션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망 문제 때문이라고 해왔다. 이번엔 대기업에 인플레이션의 책임을 떠넘김으로써 유권자들의 불만을 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 행정부 주장과 달리)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은 무리한 정부 부양책에 따른 수요 증가와,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 공급망 병목 현상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라고 했다.

인플레이션이 근본적으로 나아지지 않는 한 미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내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지난달 말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68%는 바이든 물가 정책에 부정적이라고 했다. 미 공영 라디오 NPR은 “(인플레이션 원인이 어떻든) 유권자들은 현 상황이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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