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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여름 코앞인데...전기 만들 석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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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철 전력생산 적신호 ◆

매일경제

국내 전력 수급에서 발전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유연탄)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 유연탄 수요가 '러시아 대체국'으로 몰리면서 물량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으로 석탄발전은 전체 전력 생산량의 34%를 차지한다. 특히나 매년 전력 사용량이 폭증하는 여름철을 앞둔 가운데 석탄 조달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석탄 확보가 어려워지면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의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연료비 부담이 늘어 전기료 인상 압박은 더 커지게 된다. 다만 가뜩이나 높은 물가 수준으로 공공요금 인상에 소극적인 정부 방침을 고려하면 1분기에만 8조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발전공기업 A사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올 3분기(7~9월) 유연탄 수급 현황을 점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사내 최대 발전원인 석탄화력발전의 연료를 확보하는 일이 힘들어진 탓이다. 이날 자리에서는 호주·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등의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이러한 방식으로 이달 말까지 유연탄을 확보한다고 해도 올 3분기 사용량의 70~80%밖에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안으로 다른 발전공기업과 '석탄 스왑(교환)'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됐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A사 관계자는 "러시아산을 수입하던 전 세계 유연탄 구매처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호주나 인도네시아 등 대체 국가로 몰리면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내 발전사들이 호주산 유연탄을 지금 당장 구매한다고 해도 들여오는 데 수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유연탄 가격이 급등했는데, 지금은 가격을 걱정하기 전에 물량을 확보하는 일 자체가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전 자회사인 5개 발전공기업(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발전공기업들은 올 3분기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 등으로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어렵사리 수입 대체국에서 유연탄을 구한다고 해도 웃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전세계 석탄전쟁에 가격 3배 급등…"원전 가동확대 시급"

러시아發 석탄대란 초비상

호주·베트남·콜롬비아 등
대체 수입국 물색 나섰지만
3분기용 석탄 70%만 확보

유럽 국가들 물량 싹쓸이에
콜롬비아는 올해분 벌써 소진

전력도매가격 상승 불보듯
한전 영업손실 더 악화 우려
尹정부 원전확대 힘 받아

매일경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 기업들이 러시아 석탄 대체재 확보에 나서면서 국내 발전사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17일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위치한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에 석탄이 쌓여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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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자회사인 5개 발전공기업(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러시아산 석탄(유연탄) 수입을 대폭 줄이거나 잠정 중단했다.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를 고려해 일찌감치 '대체 수입처' 확보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유연탄 수요가 특정 국가로 쏠리면서 새로운 위기를 맞게 됐다. '가성비'가 뛰어난 러시아산 유연탄을 대체할 물량을 찾기가 쉽지 않고 물량을 구한다 해도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17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5개 발전공기업은 최근 주요 유연탄 생산국인 호주,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콜롬비아 등지에서 유연탄을 구하기 위해 해외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 발전공기업 A사 관계자는 "생산국마다 유연탄의 품질이 다른데 러시아산은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며 "이를 대체할 비슷한 조건의 유연탄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러시아산은 호주산 등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이 나쁘지 않아 발전공기업들이 선호해온 유연탄이다. 실제 러시아산의 경우 국내 수입 유연탄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된 국가별 유연탄 중 호주(5769만t) 다음으로 러시아(1933만t)가 많았다. 그다음 인도네시아(1891만t), 캐나다(999만t), 미국(303만t), 남아프리카공화국(287만t), 콜롬비아(279만t)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불거진 유연탄 수급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된 영향이 크다. 유럽 주요국들이 전쟁 직후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이 중단되자 대체 연료로 석탄 수입을 확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발전공기업 B사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남아공·콜롬비아·러시아산 유연탄을 많이 수입해왔다"며 "전쟁이 터지고 러시아산 유연탄 수입에 차질이 생기자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많이 수입하던 호주·인도네시아 등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 국가 입장에선) 지리적으로 멀어 운송비가 더 드는데도 앞다퉈 이들 국가에서 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발전공기업 C사 관계자는 "콜롬비아의 경우 올해 생산 예정된 물량을 이미 다 판매한 것으로 안다"며 "현재는 내년에 생산될 물량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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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공기업들이 수입 대체국에서 어렵게 유연탄을 찾아도 문제다. 이미 유연탄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여서 곧바로 구매계약을 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웃돈까지 줘가며 섣불리 구매했다가 한두 달 뒤에 가격이 하락하면 "꼭지에 샀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우물쭈물하다가 이마저도 확보하지 못하면 LNG 사용량만 늘어나게 돼 한전의 적자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발전공기업 D사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유연탄을 무턱대고 비싸게 샀다간 연료비 부담만 커지게 된다"며 "유연탄 가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구매 시점'을 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해외 업체와의 가격 흥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유연탄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조차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발전공기업 E사 관계자는 "대외적으로는 유연탄 확보가 잘되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며 "그래야 해외 공급사로부터 유연탄을 한 푼이라도 더 저렴하게 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전공기업들의 애로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와 수시로 소통하면서 수입처 다변화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석유·LNG에 이어 올 들어 유연탄까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전의 경영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역대 최악인 7조8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5조8601억원)을 2조원가량 넘어선 것이다. 여기에 발전공기업들의 유연탄 구매 비용까지 커지게 되면 재무 부담은 더 가중된다.

만약 발전공기업들이 올 3분기 사용량만큼 유연탄을 확보하지 못하면 LNG 사용량만 더 늘어나게 된다. 즉, 전력도매가격(SMP)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그 영향으로 한전의 적자도 올해 영업손실 전망치(컨센서스·21조9000억원)보다 더 커질 수 있다. SMP는 지난달에 kwh(킬로와트시)당 202.11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SMP가 오르면 전력 구입 단가가 높아져 한전의 적자는 커지게 된다. 그만큼 전기요금 인상 압박도 확대되는 것이다.

발전공기업들이 유연탄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에너지 안보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자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원가가 안정적인 원자력발전을 확대해 연료비 등락에 따른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문재인정부에서 '탈원전·탈석탄' 및 '신재생 확대' 정책을 급진적으로 추진하면서 전반적인 에너지믹스가 고비용 구조로 바뀌게 됐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기적으로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장기적으로는 연료비가 안정적인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연탄은 5개 발전공기업의 발전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발전원이다. 석탄화력발전소를 가장 많이 운영하는 남동발전의 경우 지난해 연간 발전량에서 석탄 비중이 89.9%에 달했다. 5개 발전공기업 중 가장 높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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