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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루나 코인 환치기’ 문 열어준 업비트…360배 차익 거래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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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테라·루나의 폭락 사태가 발생한 지 일 주일이 넘은 가운데,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가 사건 발생 후 상당 기간 루나의 입·출금을 허용하며 이른바 ‘코인 환치기’의 온상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인 환치기란 같은 코인이라도 거래소마다 시세가 다르다는 점을 이용한 차익 거래 방법이다.

한 거래소에서 매수해 다른 거래소에서 매도하는 투자자를 ‘보따리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해외보다 국내 거래소에서 코인이 더 비싸게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코인을 저가에 사들여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 가져와 비싼 값에 팔아 차익을 거두는 일이 가능하다. 이는 업비트에 유통되는 루나 물량의 급증을 낳고 결과적으로 시세 폭락을 가속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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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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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의 폭락 사태는 지난 7일(한국 시간) 시작됐다. 테라는 가격이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테라가 하락하면 루나를 팔아 테라 가격을 지탱하는 식으로 ‘1테라=1달러’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돌연 테라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담보 기능을 하던 루나 가격도 급락하기 시작했고, 이에 투자자들의 ‘패닉 셀’이 쇄도하며 걷잡을 수 없는 하락세가 계속됐다. 15일(현지 시각)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일주일 동안 테라와 루나 시가총액은 450억달러(약 58조원) 증발한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한 1위 거래소 업비트가 13일 오전 내내 루나의 입출금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업비트는 13일 오전 1시 다른 거래소들과 같이 루나의 입출금을 중단했으나 3시쯤 돌연 재개했으며, 같은 날 오전 11시 36분에야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이는 일찌감치 입출금을 막은 다른 거래소들과 상반된 선택이었다. 빗썸의 경우 11일 루나의 입금을 막고 13일 오전 1시 입출금을 전면 중단했다. 코인원은 10일 입출금을 중단했다 재개한 후, 13일 오전 1시부터 출금과 입금을 차례로 중지했다. 코빗도 13일 오전 1시쯤 입출금을 막았다.

업비트가 루나의 입출금을 허용했던 13일 오전, 코인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늘고 가격은 급락했다. 이날 업비트에서 오전 7~8시 50억개에 그쳤던 루나 거래량은 8~9시 160억개로, 9~10시 290억개로 급증했다. 10~11시에도 210억개가 거래됐다. 이후 11시 36분 입출금이 중단됐고, 오후 12~1시 거래량은 40억개로 급감했다.

이 시각 업비트에서 루나 가격은 비트코인의 최소 거래 단위인 1사토시(0.00000001BTC)에서 2사토시(0.00000002BTC) 사이를 오갔다. 미 달러 기준으로는 0.0002~0.0004달러선에서 거래된 것이다. 업비트에서는 비트코인을 통해서만 루나 코인을 사고 팔수 있다는 한계가 있어 가격이 1사토시 아래로 내려갈 수 없다. 즉 루나 가격이 업비트 플랫폼 상에서 최저가까지 떨어졌다는 얘기다.

같은 시각 세계 최대 코인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루나 가격이 0.00000112BUSD(달러)까지 떨어졌다. BUSD는 가격이 1달러에 고정되는 바이낸스의 자체 스테이블 코인이다. 업비트와 달리 바이낸스에서는 BUSD를 포함한 여러 통화로 루나를 사고 팔 수 있어, 1사토시(0.00000001BTC)보다 작은 단위도 거래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루나 가격의 하한선도 업비트보다 훨씬 낮게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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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서초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자산 '루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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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업비트 상에서 루나의 거래가는 바이낸스 상 최저가의 178~357배에 달했다. 바이낸스에서의 루나 거래량은 오전 8~9시 1348억개에서 9~10시 1조3100억개, 10~11시 1조5870억개로 급증했다. 바이낸스에서 최저가(0.00000112BUSD)에 산 루나 코인이 이 시간대에 업비트로 이동해 2사토시에 팔렸다고 가정한다면, 투자자는 최대 360배의 차익을 거둘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루나가 바이낸스에 비해 비싸게 거래된 것은 국내 다른 거래소들도 마찬가지지만, 업비트는 타 거래소들과 달리 루나의 입출금을 막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

실제로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른바 ‘루나 환치기’로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무용담’이 떠돌기도 했다. 테라 코인을 1달러보다 낮은 금액에 매수한 뒤 이를 테라스테이션(테라와 루나를 환전할 수 있는 플랫폼)에서 루나로 환전하고, 다시 바이낸스에서 업비트로 전송해 차익을 거뒀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업계의 한 전문가는 “실제로는 트래블룰(100만원 이상의 코인을 타 거래소로 옮길 경우 송수신자의 이름과 지갑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고 보관하는 제도) 때문에 바이낸스에서 업비트로 한꺼번에 많은 양의 코인을 보내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50만원 이하의 소액을 여러 개 지갑에서 나눠 보내는 방법을 사용했다면 업비트의 감시 시스템에 걸리지 않고도 충분히 차익 거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비트 측은 13일 오전 루나의 입출금을 막아놓지 않은 데 대해 “가두리로 인한 가격 왜곡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은 업비트의 이 같은 설명이 타당하려면 출금은 열어두되 입금은 막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루나의 입금을 막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차익 거래가 가능했고, 결과적으로 업비트에서 루나의 가격 하락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업비트가 기존 루나 주주들이 손절매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는 점에서, 업비트가 전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한 코인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의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가 관건”이라며 “업비트는 새로 유입될 투자자보다는 루나를 보유한 기존 투자자들을 보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3일부터 현재까지 업비트에서 거래된 루나 코인은 약 1938억개에 달한다. 거래액은 총 2111억원으로 추산된다. 업비트는 오는 20일 오후 12시 루나를 상장폐지하겠다고 공지한 상황이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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