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아주 돋보기] 오토바이 중고 매물이 쏟아진다…생계난 호소하는 배달기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고 사이트서 배달용 125cc 매물 급증

배달 감소에 '콜 죽었다' 신조어도 등장

거리두기 해제 등 여파, 위기 지속 전망

아주경제

여행·교통앱 이용 늘고…음식배달 3개월째 감소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찍고 주춤하기 시작한 지난달 여행·교통·숙박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가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음식배달 앱은 3개월째 이용자 감소세가 이어졌다. 18일부터 시행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를 계기로 이러한 추세가 심화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거리에서 대기중인 배달 오토바이 모습. 2022.4.18 ryousanta@yna.co.kr/2022-04-18 15:01:20/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폭증하면서 호황을 누리던 배달 기사들이 하나둘 오토바이 핸들을 놓고 있다.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식당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배달 수요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 배달 수요 감소는 배달 기사에겐 수입 하락으로 직결된다. 그러다 보니 중고 거래 커뮤니티엔 배달용 오토바이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일거리가 줄어든 배달 기사들이 오토바이 처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17일 한 중고 거래 커뮤니티에 배달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125cc급 오토바이를 검색하자 전날에만 200건의 판매 글이 올라왔다. 심지어 배달통이 그대로 설치된 오토바이 매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하루 평균 판매 글이 6건이었던 점과 대조적이다.

배달 기사들은 생계 위기를 호소한다. 실제 배달 종사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콜사(Call+死)'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콜사란 배달 주문이 없어 콜(배달 요청)이 죽었단 뜻이다.

아주경제

외식업 배달앱 매출 비중 3.7%→15.3% '껑충'…웃지 못하는 자영업자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21일 서울 시내에서 배달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빅데이터 활용 외식업 경기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외식업 전체 매출에서 배달앱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2년 동안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외식업주들은 온라인플랫폼으로 매출이 늘어도 판매 수수료와 배달료 등의 부담이 과중하다며 달가워하지만은 않는 상황이다. 2022.2.21 ryousanta@yna.co.kr/2022-02-21 14:53:31/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회원수 16만명의 배달 종사자 커뮤니티 '배달세상'에 이날 콜사라는 단어를 입력하자 전날 약 30건의 글이 올라왔다.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에서 배달 기사로 일한다는 한 회원은 "지금껏 10~20분 넘게 콜사를 겪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오늘은 번화가에서 30분, 비마트(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생필품 배달 서비스) 근처에서 5분, 집 오는 길에 15분 등 총 50분 동안 콜이 한 건도 안 들어왔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일하는 한 배달 기사는 "오후 5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총 5시간 30분을 일했는데 그중 3시간이 콜사였다. 첫 콜을 받는 데까지만 무려 2시간을 기다렸다"고 토로했다. 배달 기사는 콜이 오지 않으면 도로에 오토바이를 세워 두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해당시간 동안 수입이 뚝 끊기는 셈. 기다리다 지쳐 집으로 핸들을 돌리는 기사들도 많다.

아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배달 기사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관련 종사자 증가가 콜사를 부추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배달 기사는 "최근 언론에서 배달 기사가 상상 이상의 수입을 얻는 것처럼 묘사돼 너도나도 배달에 뛰어들고 있다. 주문은 한정돼 있는데 기사는 넘쳐나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거리두기 해제로 오프라인 모임이 많아져 식당으로 사람들이 몰리니 배달은 줄어 콜사가 많아지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빅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달 18~21일 배달의 민족(배민)·요기요·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 앱의 이용자 수(안드로이드 기준)는 총 1855만2775명로 전월 대비 21.2% 감소했다.

또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굿즈가 지난달 업종별 소비자 결제금액의 상승·하락을 조사한 결과 배달 업종의 결제 금액이 전월 대비 13% 이상 하락해 감소폭이 가장 컸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지난 12일 발표한 식당·주점 업종의 신용카드 결제 자료를 보면 지난달 18~30일 오프라인 위주 식당이 거둔 매출은 거리두기 해제 전(3월 1~20일)에 비해 27% 늘었다. BC카드는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대면 모임 증가와 배달 수수료에 부담을 느낀 고객의 심리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배달 기사는 "앞으로 거리에서 콜을 기다리며 조선시대 선비처럼 유랑 생활하듯 (길거리를) 떠도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며 배달 수요 감소에 따른 어려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주경제


홍승완 기자 veryhong@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