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신인 타자 박찬혁(왼쪽부터), 이재현, 김도영 |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프로야구는 언젠가부터 '우투좌타'가 대세가 됐다.
야구에서는 무조건 왼손잡이가 유리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 왼손타자는 타격 후 1루에 도달하는 거리가 오른손타자보다 한 걸음 이상 가깝다.
한 걸음이면 아웃과 세이프가 충분히 바뀔 수 있는 타이밍이다.
또한 왼손타자는 우완투수가 많다 보니 투수의 공을 보고 판단하기에도 유리하다.
연구 사례도 있다.
2017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학 연구팀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100년 이상의 기록을 분석해 '우투좌타'가 우타자보다 대성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유소년야구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투좌타'를 양성하는 데 주력했다.
◇ 최근 10년간 KBO리그 타자 유형
연도 | 우타(右打) | 좌타(左打) | 양타(兩打) | 우투좌타 |
2022 | 379 | 222 | 5 | 112 |
2021 | 379 | 227 | 6 | 121 |
2020 | 374 | 207 | 7 | 107 |
2019 | 370 | 204 | 12 | 101 |
2018 | 378 | 220 | 11 | 100 |
2017 | 395 | 211 | 8 | 88 |
2016 | 392 | 214 | 10 | 86 |
2015 | 408 | 213 | 7 | 87 |
2014 | 393 | 191 | 13 | 74 |
2013 | 361 | 181 | 11 | 69 |
KBO에 따르면 올해 개막전에 등록된 선수 606명 중 우타자는 379명, 좌타자 222명, 스위치타자(양타) 5명이다.
그런데 왼손타자 222명 중 '좌투좌타'는 110명이고 '우투좌타'가 112명으로 더 많다.
'타고난' 왼손타자보다 '만들어진' 왼손타자가 더 많은 현실이다.
10년 전부터 통계를 찾아보면 더욱 '우투좌타'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MVP와 신인상을 받은 김재환과 강백호는 '우투좌타' 선수다. |
그뿐만 아니라 '타고난' 좌타자보다 '만들어진' 좌타자가 KBO리그에서도 더욱 성공했다.
최근 10년 동안 타자가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받은 사례는 2012년과 2013년 박병호, 2014년 서건창, 2015년 에릭 테임즈, 2018년 김재환, 2020년 로하스 주니어 등 6번이다.
이중 서건창과 테임즈, 김재환은 '우투좌타'이고 로하스는 스위치 타자다.
타자 신인왕은 최근 10년간 '우투좌타'가 싹쓸이했다.
2013년 박민우, 2014년 구자욱, 2016년 이정후, 2017년 강백호가 모두 '우투좌타'다.
그만큼 오래전부터 유소년야구에서 '우투좌타'를 양성했다는 의미다.
2022시즌 신인 투타 유형 |
그런데 매년 10명 안팎이던 '우투좌타'가 올해는 갑자기 2명으로 대폭 줄었다.
올해 KBO 사무국에 '우투좌타'라고 등록한 신인은 삼성 김영웅과 롯데 진승현 2명뿐이다.
2명 중 진승현은 투수다.
반면 1군 리그에서 뛰고 있는 신인 타자는 모두 '우투우타'다.
유망주로 꼽히는 박찬혁(키움 히어로즈)과 이재현(삼성 라이온즈), 김도영(KIA), 조세진(롯데 자이언츠) 등이 모두 오른손으로 던지고 오른손으로 친다.
갑자기 왜 흐름이 바뀐 것일까?
1998년부터 초중고교를 섭렵하며 선수들을 두루 가르친 유정민 서울고 감독은 "아마야구에서는 이미 그 흐름이 바뀐 지 제법 됐다"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사실 오른손잡이를 왼손타자로 키우는 방식은 비판도 많았다"라며 "타고난 손이 아니다 보니 우선 파워를 제대로 싣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고, 선수들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등 문제점도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프로구단에서 좌타자는 넘치고 쓸만한 오른손 타자는 찾기 어려운 '우타 기근' 현상도 문제가 됐다.
왼손타자를 대비하는 수비 시프트 |
최근 외국인 감독들을 중심으로 수비 시프트가 크게 강화된 점도 좌타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우타자에게는 시프트를 걸더라도 깊숙한 수비를 펼칠 수는 없다.
외야수에 가까운 깊숙한 지점에서 공을 잡으면 1루에서 타자주자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좌타자들의 타율을 크게 떨어뜨리는 수비 시프트는 향후 학생야구에서 '우투좌타'를 더욱 줄어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유정민 감독은 "우타 기근이나 수비 시프트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학생야구에서 '우투좌타'가 이제 '우투우타'로 돌아가는 것은 어찌 보면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KBO리그에서는 대유행하던 '우투좌타'가 일단 한풀 꺾인 모습이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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