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텃밭' 이미지 고양
고양시는 진보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과거 한나라당 후보가 시장선거에서 재선까지 한 곳이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고 2012년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 2석, 통합진보당 1석, 새누리당 1석으로 역시 진보 우세였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51.2%,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48.5%를 기록하며 전국(문재인 후보 48%, 박근혜 후보 51.6%) 표심과 다소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이후에는 대선·총선과 지방선거를 막론하고 보수 진영의 진입이 허락되지 않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진보 진영은 처음으로 지역구 4석을 싹쓸이했고(민주당 3석, 정의당 1석), 이듬해 열린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득표율(43.6%)은 전국 득표율(41.1%)을 뛰어넘었다.
문재인정부 취임 이후에도 이 같은 흐름은 여전했다. 민주당은 2018년 열린 7회 지방선거에서 재선인 현직 시장이 컷오프를 당해 새 인물을 내세웠음에도 수성에 성공했다. 2020년 열린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3석, 정의당 1석이라는 진보 압승 구도가 이어지며 고양은 '민주당 텃밭'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20대 대선에 나타난 표심 변화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 지난 3월 대선에서도 고양의 '진보 강세'는 이어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이 45.2%에 그친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1.1%를 득표하며 고양 표심은 전국 결과(윤석열 후보 48.6%, 이재명 후보 47.8%)와 상당한 차이를 나타냈다.
특히 고양시 내 3개 구 중에서도 진보 진영 지지세가 가장 뚜렷했던 덕양구 표심이 결과를 주도했다. 일산서구(윤석열 45.5%, 이재명 50.5%), 일산동구(윤석열 46.6%, 이재명 49.2%) 후보 간 득표율 차가 3~5%포인트 안팎인 것에 비해 덕양구(윤석열 43.3%, 이재명 51.7%) 득표율 차는 8%포인트를 웃돌했다.
덕양구 원당동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김 모씨는 "실무에 강한 이재명 후보를 뽑았다"며 "김건희 여사 관련해 불거지는 여러 문제에 새 대통령은 기대가 안 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에 대한 물음에도 그는 "신도시에 비해 비교적 낙후됐던 원당 지역 개발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어 만족한다"며 "민주당에 표를 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민주당 우세는 이번 대선에서 균열 조짐을 보였다. 일산 지역을 중심으로 민주당을 향했던 표심이 일부 등을 돌린 것. 지난 21대 총선 당시 일산서구와 일산동구 지역의 민주당 득표율은 각각 53%, 53.7%에 달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득표율(일산서구 44.5%, 일산동구 44.2%)과 10%포인트 가까운 차이를 보였지만 이번 대선에선 상당히 좁혀졌다.
특히 총선에서 모두 민주당을 지지했던 일산신도시 주요 지역(일산동구 마두1동과 장항2동, 일산서구 주엽1·2동 등)의 표심이 국민의힘으로 돌아선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일산 호수공원에서 만난 70대 문 모씨는 "대선 때도 윤 대통령을 찍었고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을 찍을 것"이라면서 "국회가 민주당 일색이지 않나. 여당이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12년간 민주당이 해먹었는데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며 "시가 발전하려면 바꿔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수공원에서 만난 70대 이 모씨(일산동구 백석동 거주) 역시 "시작하는 새 정부를 도와줄 것"이라며 "하루빨리 대출 규제와 양도소득세 완화 등 수요자 중심 부동산 정책이 마련돼 누구든지 집을 사고팔고 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년 만에 리턴매치
더불어민주당 이재준(왼쪽) ·국민의힘 이동환 경기 고양시장 후보가 6일 경기도 고양시 선거사무소에서 각각 열린 개소식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2022.5.6 [이재준·이동환 후보 캠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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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고양 특례시의 첫 시장 자리를 두고 이재준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동환 국민의힘 후보가 4년 만에 다시 맞붙는다. 2018년 5·13 지방선거에선 이재준 시장이 58.48%로 이동환 후보(27.28%)를 두 배가 넘는 득표율로 이겼다.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적 특성에다가 민주당이 승리한 대선 다음해 치러진 첫 전국 선거라는 불리한 지형이 이동환 후보에게 더해진 탓이다.
하지만 정권 교체를 이끈 대선 이후 약 3개월 만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는 이동환 국민의힘 후보의 존재감이 지난 선거와는 다를 것이란 전망이다. 4월 30일 발표된 OBS·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4월 29~30일 고양시민 70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재준 후보와 이동환 후보의 가상대결에서 이동환 후보가 38.7%로 이재준 후보(43.3%)를 오차범위(3.7%p) 내에서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환 후보는 정권교체 여론에 힘입어 12년간 자리를 지켜왔던 민주당의 독주를 막겠단 각오를 출마선언에서 밝혔다. 이 후보는 "12년간 민주당 출신 고양시장들이 기업 하나 제대로 유치하지 못하며 임시방편의 전시행정으로 시민자산을 탕진하는 잔치만 벌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능하고 부패한 문재인 정권을 퇴장시킨 것처럼 정권교체의 열정과 의지로 고양시에서도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직인 이재준 후보는 지난 4년간의 성과를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이 후보는 고양시장 출마 선언을 하며 "지난 4년 동안 시민중심, 시민행복, 시민참여의 시정운영 원칙을 통해 성과로 증명하는 시장이 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그 결과 메니페스토 선정 공약이행률 98% 달성, 2021년 경기도 시군 종합평가 100점 만점에 100.01점을 받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에선 김혜련 후보가 출마했다. 김 후보는 "거대양당 후보 모두 흔한 '자족도시' 구호만 반복할 뿐 도시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고민과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대 이슈 '일산 재건축'
"신도시가 한 30여년쯤 돼서 많이 낙후됐는데 리모델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든다." (문 모씨, 일산 백석동 거주 70대)
고양시는 1기 신도시인 일산 재건축 문제가 최대 지역 현안으로 꼽힌다. 시장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일산 재건축에 목소리를 높이며 표심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가 속도조절론을 내비친 바 있어 고양 시민의 표심을 움직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 두 후보의 다른 듯 비슷한 공약에 재건축 이슈가 판세를 가르긴 어려워 보인다. 김 모씨(40세)는 "GTX고 재건축이고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공약들이고, 약속을 믿고 여기 들어온 사람이 많은데 실제 실행은 요원하다"며 "정치권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어서 질린다"고 말했다.
[어윤지·유범열 인턴기자/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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