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모습.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자매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 폭락으로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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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는 지난 1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 며칠간 UST 디페깅으로 충격을 받은 테라 커뮤니티 회원과 직원, 친구, 가족 등과 전화 통화를 했다”며 “내 발명품이 모두에게 고통을 줘 비통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블록체인 커뮤니티 아고라에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Terra Ecosystem Revival Plan)을 제안했다. 계획의 요지는 크게 두 가지다. 권 대표는 ▲업그레이드를 통한 새로운 블록체인 생성(포크) ▲테라 블록체인 네트워크 재분배를 제안했다.
권 대표의 제안은 테라 블록체인 네트워크 검증인들이 네트워크 소유권을 10억개의 토큰으로 재분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들자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10억개의 신규 토큰을 분배해 테라 블록체인을 다시 구성하자는 의미다.
이러한 계획에도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시선과 함께 비판을 가했다. 권 대표의 제안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에서다.
도지 코인을 개발한 빌리 마커스는 권 대표에게 “새로운 희망자들을 만들지 말고 영원히 업계를 떠나라”고 했다. 세계 최고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최고경영자(CEO) 자오창펑 역시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자오창펑 CEO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포크는 어떠한 가치도 주지 못할 것”이라며 “그저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도 권 대표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권 대표가 다시 시장의 신뢰를 얻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권 대표가 재기하기 위해선 사람들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권 대표가) 망했고, 재기가 불가능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표했다. 그는 “권 대표의 제안을 보면 UST에 대한 언급은 없고, 새로운 토큰으로 보상해 주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따라서 업계에서는 UST를 없애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테라 생태계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으로 성장한 만큼 UST 없는 테라가 사용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도 회의적이다”라고 전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권도형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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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는 2018년 신현성 티몬 창업자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설립하고 테라(UST) 코인과 루나(LUNA) 코인을 만들었다. 그는 지난 2015년 와이파이 공유서비스 애니파이를 출시한 경력도 있다.
권 대표가 만든 UST는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1개 UST 당 1달러 가치를 지니도록 설계됐다. 루나는 UST가 해당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만일 UST 시세가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찍어내 UST를 구매한다. UST 통화량을 줄여 가격을 올리기 위함이다. 반대로 UST 가격이 1달러를 넘기면 UST를 추가 발행하며 루나를 소각시킨다. 통화량을 늘려 그 가치를 떨어트리는 방식이다. 마치 미국이 달러 가치를 지키기 위해 통화량을 줄이고 늘리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최근 UST의 가치가 1달러 이하로 내려가는 ‘디페깅(Depegging)’ 사태가 발생하자 UST, 루나 보유자들은 이를 황급히 팔기 시작했다.
그러자 UST와 루나의 가격은 계속 내려갔다. 특히 루나의 경우 단 1주일 만에 -99.99%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만일 5월 5일 종가에 10억원을 루나에 투자했다면, 현재로서는 1만원도 건질 수 없게 된 셈이다.
이정수 기자(ess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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