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북한 코로나 확산, 중대한 인도주의 위기 초래할 수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외신들 “북한, 코로나 감당 못할것”

진단 도구·백신·기초의약품 등 없고

빈곤과 기아에 정보 불투명성까지


한겨레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평양의 한 약국을 조사차 방문하며 마스크를 쓰고 있다. 북한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 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북한에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고 있어 통제 불가능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외신들이 우려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15일(현지시각)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을 분석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공중보건 체계를 갖고 있고, 인구 대부분이 백신을 못 맞은 북한에서 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중요한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고립돼 있고 정보 공유에 대한 의지가 없는 불투명한 북한 체제 특성상 실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북한은 지난 12일 ‘이례적으로’ 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이후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유열자’(감염자)라는 용어를 통해 일일 피해 규모를 공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지난 4월 말부터 15일 18시 현재(오후 6시)까지 발생한 전국적 유열자 총수는 121만 3550여명이며 그중 64만 8630여명이 완쾌되고 56만 486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열악한 의료체계를 생각할 때 이 수치를 얼마나 신뢰해야 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엔엔>은 외국의 “외교관과 구호단체 직원들은 2021년 대규모로 북한을 탈출했고, 이 나라에 대한 정보를 얻는 건 모호한 공식 관영매체의 보도 외에 불가능해졌다”면서 “(지난 2년 간의) 봉쇄가 2500만명의 생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많은 중요 의문점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뒤 바이러스 침입을 막기 위해 2020년 1월 북-중 국경을 굳게 닫았다. 그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 ‘은둔의 나라’로 불리는 북한의 고립이 더 심화됐다. 지난 1월 중순 단둥~신의주 열차를 통한 북-중 무역이 일부 재개됐지만, 예년과 같은 수준엔 한참 못 미치는 형편이다. 방송은 북한에 진단 도구, 백신, 치료제, 기초 의약품, 식량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으로 약 200만명이 사망했을 당시와 비견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코로나19 발생은 북한에 재앙이 될 수 있다. 북한의 황폐한 보건 인프라와 부족한 검사 장비를 생각해 볼 때 전염성이 높은 이 질병의 환자들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외신들은 북한이 코로나19 발발을 공식 인정한 배경에도 비상한 관심을 기울였다.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은 15일 북한이 코로나19 발발을 공식 인정한 것은 북한이 “가장 심각한 비상상황”을 맞았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북한은 2020년 초부터 2년 반 동안 이어진 국제 사회의 백신 공급 제의를 거부하고, 우월한 사회주의 체제가 바이러스로부터 2600만 명의 주민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니, 현재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은 나아가 “2020년 초부터 기자, 구호요원, 외교관이 북한에 정기적으로 출입하지 않고 있어 내부 상황을 읽는 것은 일종의 추측 게임”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외부 원조 물자가 없다면 북한에서 엄청난 감염자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통일보건의료 전문가 김신곤 고려대 의대 교수(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는 <에이비시>에 “북한의 공식 백신 접종률은 제로이며 코로나19 치료제도 없다”며 “외부 지원이 없다면 북한은 결국 인구 규모에 비해 세계 최악의 전염병 사망률과 감염률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 발발 초기부터 “북한에서 코로나19로 상당수 사람이 죽었을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항상 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 신청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