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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강 건너던 러軍 전멸시킨 건, 우크라 ‘우버 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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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8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시베르스키도네츠강에서 러시아군이 탱크·장갑차·병력 등의 도하 작전을 위해 건설한 부교가 우크라이나군의 일제 포격으로 끊어졌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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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차량 공유 업체 우버가 손님과 차량을 연결하는 방식을 응용해 러시아 대대를 전멸시켰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일 동부 지역 시베르스키도네츠강을 건너던 러시아군에 포격을 퍼부어 70대 이상의 탱크·장갑차를 파괴하고 1000여 명의 대대급 병력을 전멸시켰다. 지난 2월 말 개전 이후 하루에 러시아군 1000명이 사망한 것은 처음이었다. 더타임스는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이 돈바스 지역을 장악하려는 러시아의 야망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GIS 아르타’라 불리는 프로그램이 이번 공격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거리 측정기와 정찰용 드론, 스마트폰, GPS(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레이더 등에서 얻은 정보를 총동원해 적의 위치를 확인한 뒤, 주변에 있는 야포와 미사일, 전투용 드론 등 아군 무기 중 가장 적합한 공격 수단을 선택해 준다. 승객이 배차를 원할 때 가장 가까운 차량을 연결하는 우버 앱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용되는 것이다. 더타임스는 “통상 군에서 목표를 식별하고 공격을 개시하기까지 20분이 걸리는데 GIS 아르타를 사용하면 1~2분으로 줄어든다”며 “타깃이 일단 확인되면 아주 빠르고 효율적으로 집중포화를 퍼부을 수 있다”고 전했다.

GIS 아르타를 사용하면 아군 무기를 한곳에 몰아두지 않고 곳곳에 분산 배치, 다양한 방향과 거리에서 적군을 공격할 수 있다. 적을 향해 순식간에 집중 공격을 가하면서도, 아군 위치 등은 적에 잘 노출되지 않아 피해를 최소화한다. 프로그램 개발자인 볼로디미르는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이 전쟁터에서 숨을 곳은 없다”며 “우리는 그들을 어디에서나, 심지어 러시아에서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자들이 ‘포병대의 우버’라는 별명을 붙인 GIS 아르타는 우크라이나 프로그래머들이 여러 영국 디지털 업체와 협력해서 개발했다고 한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 육군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군을 돕는 비영리기구인 ‘컴백 얼라이브’가 개발 자금을 조달하는 등 GIS 아르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컴백 얼라이브는 러시아 침공 후 가상 화폐 기부로만 1억달러 이상을 모금한 단체다.

GIS 아르타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활용한다. 머스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 장관이 도움 요청을 보내자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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