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단체복 제조업체 직원들이 주문받은 단체 티셔츠를 정리하고 있다. 배성철 대표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구에서 축제·행사 관련 단체복을 제조하는 한 업체는 최근 영화 <범죄도시2>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 등에 사용될 티셔츠 5000장을 제작하느라 여념이 없다. 오랜만에 대량 주문이 들어오자 사무실에 활기가 돌았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대구 치맥 페스티벌 등 대형 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됐고, 세계가스총회 등 국제행사 개최도 연기됐다. 수억원에 달하는 디지털 프린팅 기계는 거의 돌아가지 않았고, 회사는 대출로 빚을 내 직원들 월급을 줬다. 배성철(47) 대표는 “2년간 큰 행사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모임 자체가 사라지다 보니 단체복 시장은 죽을 맛이었다. 지난 한 달간 들어온 주문량이 지난해 주문량의 두배 수준”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세로 돌아서며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풀리고, 축제·행사가 많은 가정의달(5월)까지 겹치자 폐업 문턱까지 갔던 단체복 제작업체들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행사용 단체복은 물론 대학 축제 단체 티셔츠, 직장 야유회·체육대회 단체복, 식당 직원 단체복 등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강원도에 있는 단체복 전문업체 대표는 15일 <한겨레>에 “하루에 100장 넘는 주문이 몰려들어 철야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전화로 얘기할 시간조차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모임이 사라진 2년 동안 의류업계는 집에서 입는 홈웨어 분야를 빼고는 타격을 입었다. 특히 단체복 업체는 많은 수가 폐업을 고민하는 처지였다. 2015년부터 온라인으로 단체복을 판매하던 한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회사나 학교 체육대회 등 대형 행사철이 올 때마다 온 직원들이 밤새 일을 하곤 했다. 코로나 확산 이후에는 몇 달 간 주문이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폐업한 뒤 업종을 변경했다”고 했다. 10벌 이하 소량 주문은 받지 않던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소규모 제작도 마다하지 않는다. 10년 이상 단체복을 제작해온 서울의 한 업체 대표는 “기존에는 저렴하고 가격 대비 품질이 나쁘지 않은 나염인쇄(원단 직접 프린팅)로 단체 티셔츠를 제작해오다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전사인쇄(열 압착) 방식으로 소량 주문 제작하는 티셔츠가 주요 품목이 됐다. 가족이나 친구 단위로 4∼5장씩 주문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다만 직원이 1∼2명에 그치는 영세 단체복 업체들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단체복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못 미쳐 업체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난 것이다. 온라인 단체 티셔츠 쇼핑몰을 운영 중인 이욱진(41) 대표는 “지난해 대비 매출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학교 체육대회나 대형 마라톤 대회 등이 열려야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아직까진 광고 여력이 있는 일부 대형 업체들로 주문이 몰리는 듯한데, 마스크 전면 해제 조처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항상 시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 신청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