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규모·초과세수 쟁점 부상…'물가 자극' 고려 않고 표심만 의식 비판도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 내놓은 추경안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도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추경안의 5월 임시국회 내 처리에는 일단 '파란불'이 켜진 상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소상공인·자영업자 표심을 얻기 위해 여야 모두 추경안 처리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온전하고 두터운 보상'을 강조하며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33조원+α'보다 규모를 더 늘려 47조원 가량의 추경을 편성하자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추경 규모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같은 여야의 '돈 풀기 경쟁'은 '발등의 불'로 떨어진 물가 잡기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정치권이 당장의 지방선거 표심만 의식해 통화·재정정책 '엇박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추경 관계장관 합동브리핑 |
정부는 12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첫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여당인 국민의힘과 전날 협의를 마친 36조4천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의결, 13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여당이 마련한 추경안에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370만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최소 600만원의 손실지원금을 일괄 지급하고, 매출 감소율에 따라 추가 금액을 지급해 최대 1천만원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추경안에는 완전한 보상을 하겠다는 취지로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손실보상 보정률을 기존의 90%에서 100%로 끌어올리고,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40조7천억원 상당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여당은 적자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를 활용해 추경안을 편성했다. 이와 관련, 초과세수 총 53조원 가운데 9조원은 국가채무 상환에 쓰고 44조원을 추경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는데, 초과 세수의 40%를 지방에 이전토록 한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금(23조원)이 대량 발생했다.
이에 따라 당정이 마련한 추경안대로라면 중앙 정부 지출로 잡은 36조4천억원과 지방에 풀리는 23조원까지 합쳐서 이번 2차 추경을 통해 총 59조4천억원이 풀리게 된다.
추경 관련 발언하는 김성환 정책위의장 |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마련한 추경안보다 10조원 이상 규모를 더 늘려 47조원 가량의 추경액을 편성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안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손실보상을 충분히 해주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면서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 중소기업인들에게 온전하고 두터운 보상이 돼야 한다"며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패키지 41조9천억원을 비롯한 46조9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여기에 연매출 100억원 이하 중기업까지 손실보상을 확대하기 위한 예산(2조원),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위한 예산(8조원) 등을 포함했다고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가 대선 때 약속한 '소급적용' 공약을 폐기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추경을 10조원 이상 확대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의 초과세수 53조원 중 국가채무 상환에 쓰기로 한 9조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국채 상환에 쓰는 돈의 여력이 있기 때문에 이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면 별도의 재원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주장이 반영될 경우 20조원대 지방교부금까지 합쳐 이번 2차 추경을 통해 70조원가량이 풀리게 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일단 "타당성이 있는지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추경안 47조 확대 제안에 대해 "우리 당과 정부가 민주당과 협의하면서 타당성이 있다면 일부 받아들이겠지만 타당성이 없다면 당정의 안대로 갈 것"이라며 "국채 발행을 안 한다는 게 우리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한 것은 지난 5년간 400조원 이상 폭증해 이미 1천조원을 넘어선 국가채무를 더이상 늘리지 않으려는 윤석열 정부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개회 선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
이번 추경안 심사에서는 전체 추경 규모뿐 아니라 재원 마련 방안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추경 재원으로 활용될 '초과세수 53조원' 추산에 대해 "이런 추계 오차율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로, 기재부의 추계 오류가 도를 넘었다"며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에 나서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전날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사안을 두고 기재부에 대한 국정조사를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초과세수 오차는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에서 거의 해마다 문제가 됐고 올해 세입예산 편성 역시 문재인 정부가 한 것"이라며 "만약 이 문제로 국정조사를 한다면 민주당이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등 문재인 정부 인사를 상대로 청문회를 하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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