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안으로 굽는 것도 정도껏이지 않겠나. 박홍근 원내대표도 한숨만 푹푹 내쉬는 실정이다.”(더불어민주당 핵심당직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17시간 30분 동안 치른 더불어민주당에선 10일 깊은 후회와 낙담이 흘렀다. 한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은 일단 거부했지만 내부에서 “완패”(수도권 재선 의원)라는 관전평이 주류였다. 지난 9일 청문회에서 코미디를 방불케하는 실수와 억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확증편향 탓에 사실 관계 자체에 대한 오해와 오류가 그대로 노출됐다. 최강욱 의원은 한 후보자 딸 명의의 노트북 기증 주장을 펼치기 위해 “기증자가 ‘한****’이라고 나온다. 영리 법인이라고 나온다”고 지적했다. 후원자 명의에 적힌 ‘한****㈜’라는 명칭을 한 후보자 딸 명의로 오해한 것이다. 한 후보자는 “한국쓰리엠으로 돼 있다. 제 딸 이름이 영리법인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남국 의원은 한 후보자 딸의 논문 공저자를 두고 “이모와 함께 썼다”는 추궁으로 한 후보자를 어리둥절케 했다. 김 의원이 ‘이모 교수’를 이씨 성을 가진 익명의 교수가 아닌 문자 그대로 이모인 교수로 해석해 생긴 일이다.
한 후보자 자녀의 ‘스펙 쌓기’ 의혹을 ‘조국 사태’와 동일시하려 했던 전략도 조 전 장관에 대한 비호가 뒤범벅되며 스텝이 꼬였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검찰은 조국 장관 수사를 함부로, 심하게 했다”며 사과를 요구하자 한 후보자는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검사·경찰 등의 징계 여부가 걸려 있는 비위 사건에서 이들의 진술을 형사처벌 증거로 쓸 수는 없다는 ‘개리티 원칙’(Garrity Rule) 논쟁에서도 판정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채널A 사건’ 조사 당시 한 후보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기 위해 이 원칙을 꺼냈지만, 한 후보자는 “원칙을 잘못 인용한 것”이라며 역공했다.
김종민 의원이 이후 “특검에 맡겨서 휴대폰을 보고 싶다”고 재차 주장했지만, 이 역시 비판받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형사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걸 전제로 진술 요청은 할 수 있다고 말한 게 개리티 원칙인데, 특검 요구는 그에 정면으로 충돌되는 것”이라며 “공부를 안해도 너무 안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준비 부족이란 수준을 넘어서 자질 부족을 의원들이 그대로 노출했다”(양홍석 변호사)는 혹평도 나왔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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