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은 유망한 신약 후보 물질을 지속적으로 탐색·발굴하며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동제약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코로나 엔데믹’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중환자가 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치료약, 나아가 집에서도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먹는 약’ 보급에 달려있다는 것이 방역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화이자, MSD가 개발한 약이 승인돼 쓰이고 있고, 국내에서는 일본의 시오노기제약과 일동제약이 공동 개발하는 치료제(S-217622)가 후발주자로 관심을 모았다. 이 치료제는 지난 2월 25일 일본 당국에 제조판매 조건부 허가 신청에 들어가면서 승인이 임박한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일본 후생성과 선(先)구매 계약을 맺고 한국, 싱가포르 등에서도 임상 2·3상이 동시 진행되면서 늦어도 상반기에는 상용화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얼마 전 시오노기제약이 지난달 미국 정부와 치료제 선구매 물밑 협상에 들어간 것이 알려지면서 일동제약 주가는 지난달 6일 7만95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지난달 23~26일 열린 유럽감염병학회(ECCMID)에서 임상 중간(2b상) 결과가 공개되자, 시오노기제약과 일동제약 주가는 내림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필리핀에서 진행하던 임상이 더 이상 진행되지 것으로 확인되면서 치료제 승인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10일 일동제약 주가는 4만9100원을 기록, 지난달 최고가 대비 38% 하락했다.
국내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유럽 학회에서 공개된 임상 중간 결과가 마뜩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임상 결과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발표에 따르면 경증·중등증 환자 428명(일본 419명·한국 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투여 후 4일째 코로나 바이러스 역가(수준)가 최대 90%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S-217622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단백질 분해 효소를 억제해서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방식의 치료제다. 바이러스 역가가 줄었다는 것은 약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러스양은 줄었는데 P밸류값(통계적 유의미성)은 좋지 않았다”며 “위약군과 투약 대상 간에 중증화 진행률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기전의 화이자 중증화 예방률은 89%, MSD 치료제의 예방률은 30%인데, 시오노기제약은 이런 예방률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 교수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의 목표는 환자의 위중증화를 막는 것”이라며 “바이러스 역가가 줄어들었더라도 (중증화 진행률이) 위약과 큰 차이가 없다면 치료제를 쓸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결과는 임상 환경이 달라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와 MSD치료제 임상은 백신미접종자 대상으로 중증화 위험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반면 S-217622가 임상 중인 한국과 일본, 상가포르 등은 백신 접종률이 90% 수준으로 매우 높다. 백신 접종자는 코로나에 감염되더라도 중증화 위험 자체가 낮다. 최근 유행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치명률이 낮아 중증화로 갈 위험도 자체가 낮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접종자는 치료제 복용과 상관없이, 증상도 가볍고 회복이 빠르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치료제의 명백한 효능을 보여주기가 어렵다”며 “고령층이나 기저질환 환자에 한정하면 결과 값이 잘 나오겠지만, 일반인에게 효과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미크론 유행으로 입원 환자가 줄어드는 등 제반 환경이 바뀌었으니, 치료제 승인을 내주는 조건도 중증화율을 줄이는 여부가 아니라 바이러스 역가를 얼마나 줄이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바이러스 양이 줄어들면 전파력이 떨어진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발표된 연구 논문을 보면 발열을 포함해 오미크론 변이에서 주로 나타나는 호흡기 증상 4가지는 치료제 복용 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떨어진 만큼) 유효성을 파악할 때는 중증화율보다 증상 개선을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항바이러스제는 약을 복용하는 목적에 따라서, 정교한 임상시험이 필요하고, 그 목적을 달성했는지를 따져야 한다”며 “임상 데이터를 보강하거나 임상 대상자를 바꾸는 방식으로 위중증화율을 줄인 것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일본에서는 신약에 대한 긴급 승인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승인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에 조건부 승인 제도가 있지만, 이는 미국 등 해외에서 쓰이는 약을 국내에서 사용 승인을 할 때 주로 쓰였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약의 유효성을 완전히 확인할 수 없어도 사용을 인정하는 제도를 정립 중에 있다. 일본 동양경제 등에 따르면, 일본은 5월 국회에서 이런 ‘긴급승인제도’를 담은 의약품 의료기기 등법(약기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한편, 일동제약 관계자는 필리핀 임상 종료에 대해 “글로벌 임상은 3상 막바지 단계로 현재의 진행 상황을 볼 때 일본, 한국, 베트남 등 주요 국가에서의 임상으로 충분한 환자 모집 및 데이터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추가적인 임상 진행이 필요치 않은 지역의 경우 임상을 종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오노기제약은 1878년 오사카에서 약품 도매상으로 출발한 ‘시오노기 사부로상점(塩野義三朗商店)’이 전신이다. 1781년 창업한 다케다약품과 함께 대표적인 일본 제약사로 통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감염병, 통증, 대사성 질환 3개 부문에 연구개발(R&D) 인력과 자금을 집중한 결과 2010년대부터 신약을 쏟아내며 신약 개발사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명지 기자(maeng@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