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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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때는 다른 의견도 필요하다면 설득하고 포용하며 갔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이자, 이명박 정부의 첫 번째 국무회의를 주재한 총리였다. 당시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에 한승수 총리 후보자의 인준이 늦어지며 한덕수 후보자는 새 정부와 잠시 ‘불편한 동거’를 했다. 그랬던 그가 14년 만에 정반대의 입장에서 민주당의 인준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민주당은 지난 6일 한 후보자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한 후보자는 9일 아침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뜸 옛 이야기를 꺼냈다. 한 후보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이라크 파병,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는 모두 민주당의 가치와 달랐지만 국익을 위해 추진했던 정책”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노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며 “윤 당선인은 저와 함께 ‘새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말을 매일같이 한다”고 전했다.
2008년 2월 27일 당시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였던 한 총리가 한승수 당시 총리 후보자의 인준 지연으로 이명박 정부의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던 모습.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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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민주당이 그때와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한 후보자는 “정치적 환경이 너무 분열돼 그때보다 더 어려워졌다”라고만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포퓰리즘과 절대적 다수결에 대한 신봉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 후보자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집권 경험이 있는 민주당이 새 정부의 출범을 막지 않을 거라 기대한다”며 “총리가 된다면 꼭 협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 후보자와의 일문일답.
Q : 민주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A : 민주당을 믿는다. 수차례 집권해본 경험이 있지 않나. 새 정부의 출범을 막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민주당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
Q : 후보자를 인준하지 않는 게 비합리적이란 말인가.
A : 민주당은 집권도 해보고 국정 운영 경험도 풍부하다. 무엇이 합리적인지는 나보다 민주당이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Q : 민주당에서 인준 조건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거론했다던데.
A : 지금은 민주당의 입장이 바뀐 것 같다. 한동훈 후보자의 청문회 전에 저에 대한 부적격 판정을 내리지 않았나. 인사청문회 때 충분히 소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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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윤 당선인과 거취 관련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나
A : 민주당이 합리적 선택을 할 것이라 바랄 뿐이다. 당선인과는 자주 통화한다. 경제도, 외교안보도, 북한도 너무 상황이 안 좋다며 빨리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말씀만 하신다. 나 역시도 총리를 맡아 민주당과 협치 해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다.
Q : 노무현 정부 때 마지막 총리로 이명박 정부의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었다
A : 그때 한번, 국무회의를 주재한 기억이 있다.
Q : 이번에 비슷한 장면이 반복될 것 같은데
A :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 입장에서 보면 너무 안타깝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라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Q : 노 전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 것 같나
A : 그때 민주당과 정말 많은 일을 하며 나라를 생각하는 당이라 생각했다. 자신들의 철학과 달랐던 한미 FTA, 이라크 파병,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에 대한 저항을 설득하며 추진했었다. 국익에 진보와 보수가 어디 있겠나. 윤 당선인이 노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3일 윤석열 정부 신임 국무위원 후보자 적격 여부를 표시한 상황판에 국무총리 부적격을 나타내는 폭탄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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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그때 민주당과 지금의 민주당은 다른가
A : 정치적 상황이 훨씬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완전히 분열돼 있으니까. 지금 미국을 보면 공화당은 완전히 트럼프의 당이 되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 번영하는 나라와 추락하는 나라가 있을 것이다. 우린 더 번영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
Q : 결국 민주당의 표결에 달린 상황으로 보이는데
A :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엔 항상 타협과 협조가 필요하다. 포퓰리즘과 절대적 다수결을 신봉하는 자세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아니겠나. 다수결은 국민의 인권과 기본 가치를 보호하는 데 쓰여야 한다. 그렇지 않은 절대적 다수결 주의는 오히려 민주주의의 위협이 될 수 있다.
Q : 문재인 대통령과는 총리 인준 뒤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나
A : 문 대통령은 노무현 때 오랫동안 함께 일한 분이시다. 내가 경제부총리를 맡게 됐다고 처음 말씀해주신 것이 당시 문재인 시민사회수석이었다. 후보자가 되고 나선 따로 말씀을 나누진 못했다. 총리로 인준된다면 양산에 찾아가 문 대통령과 옛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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